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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나일강의 분노..글로벌 증시 줄줄이 하락

이집트의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28일(현지시각)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앞서 폐장한 아시아 증시에는 여파가 적었다.

이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무력을 동원해 시위대 진압을 시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사태와 관련한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침과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내각을 해산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 나일강의 분노…놀란 글로벌 증시

28일 금요일 밤 이집트의 시위 사태가 악화하면서 유럽·북미·남미 주요 증시가 차례대로 하락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사흘 만에 하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1.40% ,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는 1.41% 하락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30 지수는 0.74% 떨어졌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1.99% 떨어졌고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는 0.9% 하락했다. 칠레 IGPA지수는 1.73% 빠졌다. 멕시코 증시는 1.62% 하락했다.

뉴욕 증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내각 해산’ 발언이 나오기 한 시간 전에 마감했다. 주요 3대 지수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166.13포인트(1.39%) 하락한 1만1823.70에 마감하면서 지난 11월 16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은 23.20포인트(1.79%) 하락한 1276.34에 거래를 마감했다.

월가(街)에서는 원유·물자 수송 통로인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이곳을 통해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를 다른 선진국으로 운반한다.

이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국제 상품시장에서 유가와 금값도 급등했다. 이글자산운용의 에드 코워트는 "이집트가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위험이다"라면서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경우 원유 공급 길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장 중 19.86까지 급등했다.

앞서 폐장한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가 1.1% 하락했다. 27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여파였다. 중국 증시는 0.13% 상승 마감했고 한국 코스피지수는 0.34% 내린 2107.87에 이번 주 장을 마쳤다.

◆ 공포의 금요일 밤 보낸 이집트...‘내각 해산’ 발표

현지시각 금요일 오후. 정오 금요일 기도를 마친 카이로 시민은 30년간 장기 집권 중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카이로를 비롯해 나일강 인근 주요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이집트 정부는 대규모 군 병력을 투입해 진압을 시도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발령하고 인터넷과 전화를 차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AP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카이로는 군 병력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발사한 최루탄 연기로 뒤덮였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로 인해 최대 26명의 사망자, 1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가 악화되자 미국 백악관은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원조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무바라크 정권을 지지해왔으며 작년에는 15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적 원조를 제공해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토요일 새벽, 시위가 발생한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해 “내각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이날 중으로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영TV를 통해 가진 연설에서 “사회, 경제, 정치적 개혁을 추진할 것”을 약속하고 “실업, 부패, 빈곤을 퇴치하고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TV중계가 끝난 후 약 30분가량 전화로 대화하면서 민주주의와 경제 향상에 대한 약속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 전화, 그 외 소셜네트워크를 차단한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의미 있는 약속으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