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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미국 주식회사' 건재…국가부채가 문제

- 주식시장 강세·M&A 호황..기업들 체력 완전히 회복
- 거대한 국가 부채 난제..기축통화 대체론 또 나오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뛰어난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

기업 실적 호조에 주식 시장은 2년째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물 경제보다 증시 회복이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다며 조정 가능성이 수시로 제기됐지만, 올 들어 다른 어떤 국가의 증시보다도 안정적인 흐름을 잇고 있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딜(deal)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업들이 번 돈을 이제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투입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도 늘고 있다.

다만 ‘미국 주식회사'는 건재한 반면 거대한 부채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부 폐쇄 위기가 고조되는 것이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법정 한도까지 꽉 차면 국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미국 증시, 기업 실적 호조에 승승장구

미국 증시는 연초부터 불거진 각종 악재에 강한 내성을 보였다.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재점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도 큰 폭으로 후퇴하지는 않았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일본의 대지진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4일부터 사흘 내리 하락하긴 했지만 이내 강세로 복귀, 지난 30일 1만2300선을 탈환했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의 올 1분기 상승률은 14%로 1998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증시가 지난 2009년 3월부터 쭉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는 과거보다 싼 편이다. 블룸버그의 집계에서 현재 S&P 500 기업들의 주가이익비율(PER)은 13.7배로, 지난 10년간의 평균(18.1배)을 밑돈다. 썬버그 투자 운용의 코너 브라운 운용역은 "미국 증시의 기초체력과 상승 여력에 대해 매우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에 기대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한 미국 기업의 비중은 72%로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었다. 금융위기 폭풍이 지나간 이후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올 1분기 어닝 시즌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갈지 관건이다.

◆ 기업들 식탐도 되살아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잔뜩 위축됐던 미국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색을 되찾고 있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M&A 정보업체인 머저마켓을 인용, 미국 기업들의 올 1분기 M&A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84% 증가한 2670억달러(약 292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M&A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지난해 3분의 1 수준에서 더 늘었다. 올 1분기에 신흥국의 M&A 규모가 1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유럽의 M&A 규모는 27% 늘었고, 글로벌 M&A 규모는 26% 증가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세계 최대 IPO 시장이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톰슨로이터의 집계에서 NYSE의 올 1분기 IPO 규모는 132억달러로 세계 거래소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IPO 규모의 31%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두 분기 연속 최대 IPO 시장이라는 위치를 유지했다. 중국 선전거래소의 1분기 IPO 건수는 72건으로 NYSE(15건)의 5배에 달했지만, 총 규모는 102억달러로 NYSE에 못 미쳤다.

미국의 M&A와 IPO 시장 호황은 미국 경제가 강력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30일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조사에서도 CEO들은 “경제 회복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답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존의 이반 사이덴버그 CEO는 “기업들은 강력한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국가 부채는 위험 수위…전문가들 경고 잇따라

기업은 정상 궤도에 안착했지만, 미국의 거대한 빚은 여전한 골칫거리다. 미국의 국가 채무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4조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미국의 국가 채무 법정한도는 14조2940억달러인데, 의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 채무는 오는 4월15일~5월31일 사이에 법정한도에 도달할 수 있다. 한도가 차면 미국 정부는 돈을 빌릴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기능을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몬 최고경영자(CEO)는 30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미국이 법정한도를 확대하는 데 실패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업과 투자자들은 자금 시장 접근 통로를 잃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디폴트는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가 부채가 실상 훨씬 더 거대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은 31일 월간 투자전망에서 "미국의 기록되지 않은 부채는 75조달러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500%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국가 부채를 감안해 미 국채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미국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장기 국채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는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일 조짐을 보인다. 31일 난징시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기축통화 대체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