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말이 되어간다.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으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최근 벌어지는 글로벌 이벤트들은 그동안의 경험들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느껴진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갖가지 부양책들을 쏟아냈고, 글로벌 경제는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엄청나게 늘어난 유동성은 회복속도가 빨랐던 이머징 아시아 지역부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부터 발생한 중동지역의 시민혁명은 다시 한번 유가 100달러 시대를 열며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가져왔다.
여기에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우려는 모든 투자자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으며 장중 코스피 지수를 1,880 포인트까지 끌어내렸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이 안정화되고, 중동 사태 역시 연합군의 개입으로 유가 폭등 우려가 잦아들면서 코스피 지수는 다시 2000 포인트를 회복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대지진과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일본의 산업생산이 크게 둔화되며 전세계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첨단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경우 핵심부품과 소재 공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리비아가 안정된다 해도, 바레인 등 기타 산유국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시민혁명으로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회복을 시작한 선진국 경기 역시 높은 물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의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경험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피해복구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오곤 했다. 세계 경제성장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이미 수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혀 놓은 상황이라 언제든지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매크로 불안감이 최악을 통과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높은 이익증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다, 특히 지난 4분기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보다 훨씬 부진했던 터라 더욱 중요한 어닝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주식시장은 경기에 동행하고, 개별기업의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라는 투자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업가치평가 이론에서도 이익증가로 주주에게 돌아오는 몫이 커지는 기업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을뿐더러, 경험적으로도 이익의 증가가 주가의 상승을 이끌어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8번의 어닝 시즌을 분석한 결과, 분기말 이후 2개월동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8.6% 상승한 반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는 3% 하락하여 11.5%의 수익률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년 정기예금이 4% 내외임을 고려해 본다면, 1년에 4번 어닝 시즌을 거치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가 1분기에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2009년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는 30.8% 상승한 반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들은 8.4% 상승에 그쳐 그 차이가 22.4%에 이르렀다. 2011년 1분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는데, 당시 벌어진 남유럽 사태에도 불구하고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의 주가는 8.7% 상승한 반면, 쇼크 기업들은 13.5% 하락하며 역시 22.1%의 격차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1분기 실적이 한해의 기업이익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기 회복에 초점을 두고 IT와 금융업종의 주가 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업종의 주가를 보면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이익창출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상승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매크로 환경이 불안할수록 보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어닝 시즌은 올해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가 얼마나 믿을 만 한지를 테스트할 수 있는 동시에, 과연 어떤 기업들이 진정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위대한 기업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이익의 방향성을 확인한 투자자들에게는 소중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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