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연평균 16.9% 수익 올려

[Hot Issue] 헤지펀드 윈턴캐피털 데이비드 하딩 회장 인터뷰 "우린 과학자에게 투자를 맡깁니다 그래서 시장이 하락해도 수익 내죠" 대표펀드`윈턴 퓨처스 펀드` 곡물등 다양한 선물에 투자…14년간 연평균 16.9% 수익 올려
기사입력 2011.03.17 09:17:32 | 최종수정 2011.03.17 09:25:38

 

투자자들은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을 펀드매니저로 앉힙니다. 그 사람이 시장 방향을 알아맞힐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두 해 정도는 성공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세계적 헤지펀드인 윈턴캐피털 창업자인 데이비드 하딩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그래서 과학자들에게 투자를 맡깁니다. 반복되는 시장 습성(Behavior)은 결과적으로 `가격`이라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통계적인 수단을 활용해 이러한 가격 움직임을 분석하고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면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통찰에서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등장했다.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절대수익`을 전 세계 선물시장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가 운용하는 대표펀드인 윈턴 퓨처스 펀드(Winton Futures Fund)는 14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16.9%를 거뒀다. 이 펀드는 곡물, 축산물, 광물, 귀금속, 에너지, 주가지수, 채권, 통화, 금리 등 다양한 선물에 투자한다. 자체적인 트레이딩 시스템에 의해 운용되며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전 세계 선물시장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수해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로 매매한다.

윈턴캐피털 강점은 막강한 리서치다. 현재 전 세계 25개국 출신 리서치 인력 1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박사 학위를 가진 과학자만 40명을 채용하고 있다. 하딩 회장은 "우리는 마케팅, 자금 모집, 광고 등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안정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리서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 그는 "대다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특정 시장에 악영향을 줘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최근 농산물 가격을 헤지펀드가 올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은 매수(롱)와 매도(숏)를 같이하기 때문에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딩 회장은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원자재 투자에 취할 수 있는 포지션에 한계가 있다"며 "투자에 한계가 없는 월가 투자은행이 오히려 가격을 상승시킨 주범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파생상품시장에도 투자하고 있다. 하딩 회장은 "한국 지수선물 시장은 아주 유동성이 크고 규제가 적은 시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주로 홍콩 선물시장에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향후 상하이 선물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면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윈턴은 새로운 펀드를 내놨다. 바로 주식에 투자하는 `윈턴 글로벌 주식 펀드(Winton Global Equity Fund)`다. 이 펀드는 숏과 롱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CTA 펀드와 달리 롱 전략만을 통해서 수익을 추구한다. 기존에 윈턴이 축적한 투자기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퀀트기법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로 유명한 것이 바로 MIT 출신 과학자들이 만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다.

하딩 회장은 "선물시장과 주식시장은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런 주식투자 헤지펀드에 대한 고객 수요가 있는 만큼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현재 미래에셋증권 등을 통해 재간접 형태로 판매되는 `윈턴 퓨처스 펀드` 외에도 `윈턴 글로벌 주식 펀드`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딩 회장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투자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1990년대 초 목재 선물시장을 꼽았다. 당시 미국 정부가 워싱턴 주내 벌목을 금지했다. 희귀동물인 점박이부엉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선물시장에서 목재 가격이 20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큰 실패를 겪은 적도 있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때 그는 시장과 반대 포지션을 취해 단 하루 동안 엄청난 돈을 벌었다. 승리감에 취한 그는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샴페인 파티를 벌였다. 그러나 이후 시장이 반등하면서 번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잃게 됐다. 하딩 회장은 "우리는 그 기간에 정말 막대한 돈(Fortune)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 He is…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1985년 최초 영국 CTA 펀드인 세이버 펀드 설립에 참여한 후 1987년 마이클 아담, 마틴 뤽과 AHL을 설립했다. 이후 AHL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맨 그룹에 1989년 인수됐다. 1997년 AHL에서 독립해 윈튼 캐피털을 설립해 지금의 윈튼 캐피털을 일궈냈다. 윈튼 캐피털은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23위다. CTA펀드 중에서는 세계 2위다. 올해 2월 초 기준으로 운용 자산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

■ 용어

CTA(Commodity Trading Advisor)전략 : CTA라는 용어는 미국 상품시장에서 거래하는 선물 트레이더를 부르는 말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선물시장에서 시스템 트레이딩을 이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전략을 일컫는 말이 됐다. 좀더 정확한 표현은 상품매매형(Managed Future)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