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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MS의 굴욕

MS의 굴욕

  • 기사입력 : 2011.03.16 21:42

윈도로 번 돈, MP3·휴대전화에서 다 까먹어… 창업자·CEO조차 주식 팔아치워
핵심 임원도 줄줄이 이직… 초라한 소프트웨어 왕국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기업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일찌감치 접었고, MP3플레이어는 더 이상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SW로 번 돈을 까먹기만 할 뿐 시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MS를 먹여 살리는 것은 주력제품 윈도다. 전 세계 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PC 시장을 위협하는 스마트폰·태블릿PC 분야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은 고작 2.7%(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 통계). 태블릿PC OS는 아직 제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1’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발머는 최근 MS가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블룸버그
과거의 영광을 이끌었던 핵심 임원들은 줄지어 회사를 떠났고, 창업자·최고경영자(CEO)조차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 SW 왕국(王國) MS의 현주소다.

내놓는 제품마다 실패 거듭…실적·주가 제자리걸음

MS는 작년 5월 '킨'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반 휴대전화인지 스마트폰인지 구분이 안 간다'면서 특징이 없는 제품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참패했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애플 '아이팟'에 맞서 2006년부터 선보인 MP3플레이어 '준(Zune)'도 마찬가지. 더 이상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각) 전했다. 가트너의 마이클 가텐버그 애널리스트는 "MS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인기를 끌던 제품을 베껴 내놓는 데 급급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MS는 지난해 10월 스마트폰 OS 윈도폰7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판매량도 공개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있다. 실적·주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분기(작년 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고. 주당 순이익은 4%가 늘었을 뿐이다. 주가는 2007년 12월 35.6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최근 1년간 25~3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MS는 작년 5월 세계 최대 시가총액(주가와 주식 수를 곱한 것) 기술 기업 자리도 애플에 내줬다.

핵심 임원 다 떠나고 창업자·CEO도 주식 팔아

MS는 핵심 임원들이 최근 2년 사이 회사를 떠나면서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하다. 크리스 리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09년 말 회사를 떠났고, 빌 게이츠를 이어 회사의 SW 사업을 이끌었던 SW 총괄임원 레이 오지는 작년 10월 자진 사퇴했다. 비즈니스사업부문장이었던 스티븐 엘롭도 작년 9월 노키아 CEO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광고 책임자 캐롤린 에버슨은 지난달 신생 인터넷기업 페이스북에 입사했다. 창업자·CEO도 대거 주식을 팔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직접 세운 MS의 주식을 최근 1년 동안 9000만주 팔았고, 스티브 발머 CEO도 작년 11월 주식 5000만주를 팔아치웠다. IT전문지 인포메이션위크는 "게이츠가 MS의 부진한 실적에 실망,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브라우저 시장 영향력도 추락… 태블릿PC 제품 출시도 늦어

MS는 과거에 독점했던 인터넷 브라우저(접속프로그램) 시장에서도 최근 점유율이 추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지난 2월 MS의 점유율은 57%로 전년 동기(62%)보다 5%포인트가 떨어졌다. 스마트폰에 이어 구글·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태블릿PC OS 신제품 출시는 감감무소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MS가 내년에나 태블릿PC OS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