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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Biz 주간이슈] 국내는 '물가', 해외는 '재난'

국내에선 ‘물가’가, 해외에선 ‘재난’이 골고루 화두를 던지며 바람잘 날 없이 지나간 한 주였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 잡기에 본격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보다 물가잡기”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로 인상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이상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장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도대체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재계와 동반성장위원회의 충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달 중 무난히 승인받을 것으로 관측됐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편입 건은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나 고전 중이다.

이 와중에 해외에서는 굵직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정부군과 반 정부군이 대치하고 있는 리비아에서는 핵심 원유시설이 포격을 당했고, 일본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3%로 0.25%P인상

한국은행은 10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3%로 0.25%포인트 올리며 저(低)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넘게 지속했던 사상 최저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저금리를 유지하는 사이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물가는 겆잡을 수 없이 올랐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개월 만의 최고치인 4.5%까지 급등했다. 이에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과 물가 중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가지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금리를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한은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려 연말이면 연 3.5~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현재 8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 문제가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95%가 금리 상승 시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형 대출에 쏠려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3월 발표를 목표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 이건희,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이익공유제 작심 비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과 관련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10일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총수가 '공산주의' '사회주의'까지 운운하며 이익공유제를 비판한 것이다.

이익공유제란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 이익의 공유대상을 주주·임직원에서 이익 발생에 기여한 협력기업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을 제안한 개념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베이징 발언'을 연상시키는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은 현 정부의 대기업 압박이 지나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공부했던 책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의미를 평가절하 하시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라면서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이익공유제가 실무차원으로 연구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에 ‘암초’,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

오는 16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관측됐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10일 대법원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LSF-KEB홀딩스SCA)가 지난 2003년 외환카드에 대한 허위 감자(減資ㆍ자본금을 줄이는 것) 계획을 발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면서 사실상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정당한 대주주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법적 논란이 커질 전망이며, 금융당국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의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승인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현재 지분 51%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며,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는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하기로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원회로부터 매각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당초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냐 또는 금융자본이냐는 문제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받을 예정이었지만 여기에 이번 유죄 판결까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은행법은 은행의 대주주가 금융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되면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판결문을 입수해 긴급 대책회의를 거듭 열며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내내 ‘먹튀’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하나금융에 인수 승인을 내 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리비아사태 일파만파, 핵심 원유시설도 파괴

리비아 정부군은 지난 9일(현지시각) 반정부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반군이 장악한 동부 지역의 원유 시설을 포격했다. 이에 이미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리비아의 원유 공급에 더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따르는 정부군은 원유시설이 밀집한 라스 라누프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 지난달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후 기름 탱크를 비롯한 국가의 핵심 원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6.1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자, 국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22주 연속 상승해 최고치에 육박했다. 3월 둘째 주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38.1원 오른 1916.5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7월 넷째주 이후 30개월만에 최고치이며, 휘발유 사상 최고 주간가격인 1948.7원(2008년 7월 둘째주)보다 32.2원 낮은 수준이다.

◆ 일본 동북연안에서 진도 8.8 규모 대지진…초대형 쓰나미에 세계가 ‘긴장’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지역 미야기현 해안에서는 규모 8.8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의 여파로 미야기현 연안은 물론 러시아·마커스 섬·북마리아나 제도(미국 자치령)와 태평양 연안지역 전역에 쓰나미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본의 피해는 막심하다. JFE 철강공장이 폭발하고,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에는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 유출위험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는 이번 지진의 여진이 계속됐고, 수도권 전역의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닛산·도요타 등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제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일본의 지진 소식은 국내 증시 마감 직전에 전해져 당장 영향은 적었지만, 일본 증시는 마감 직전 급락했다. 이어 장을 시작한 전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하며 혼란을 나타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금융당국과 재정부, 지경부가 일제히 비상체제에 돌입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일본 지진의 여파는 다음 주쯤 본격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나타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