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연구 결과 5*5 모델이 다른 모형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샤프레이쇼(Sharpe Ratio·샤프지수)를 보였다. 반면 5*10 모델은 수익률이 N*N모델보다 월등히 높지만 5*5모델보다 샤프레이쇼는 낮았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자리잡은 카이스트(KAIST) 금융전문대학원의 로이터트레이딩센터. 로이터에서 기증한 41개의 모니터로 가득 채운 이곳에 생소한 언어가 난무했다. 샤프지수는 펀드가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수익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 학생들 입에서 쉽게 나오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20명의 `펠로우`와 김동석 지도교수는 쉽지 않은 금융공학 용어를 거리낌 없이 가지고 놀았다.
금융권이 `카이스트학생투자펀드(KSIF)`를 주목하는 이유다.
◆탄탄한 지원, 의외의 수익률
KSIF는 카이스트가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는 집단이다. 출범 자체가 서남표 총장의 제안이었다. 총장은 10억원을 배정할 테니 투자펀드를 만들어 보라며 김 교수에게 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김 교수는 예상을 깨고 한달만에 펀드를 발족시켜버렸다.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였다.
김 교수는 "총장님은 빈말로 10억원을 준다고 했을 건데 잽싸게 받아버렸다"며 농을 쳤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집단답게 구성과 운용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KSIF는 전략팀과 4개의 자산운용팀, 1개의 대체투자팀으로 구성된다. 각 팀당 배분금은 1억5000만원~2억원. 전략팀은 거시경제를 맡고 있으며 자산운용팀은 다양한 투자기법을 동원해 주식 등에 투자한다. 대체투자팀은 헤지펀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원유 등 실물 상품을 거래한다. 학생끼리 모여 증권사 HTS를 사용하는 다른 대학의 동아리와는 자못 수준이 다르다.
김 교수는 "내부적으로 동아리라는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다"며 "동아리라고 하기엔 너무 전문적이고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밌는 것은 투자펀드라는 명색치고 수익률이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2월 출범 후 1년 간 수익률은 -11%. 1억원 이상 잃은 것이지만 당시 리먼 사태로 세계 증시가 초토화됐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의 통장 잔액은 10억하고도 몇백만원. 딱 본전이다. 그 간의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역성장인 셈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사퇴서를 내라는 압박 없이 굳건히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왜일까.
◆주식보다는 인간에 투자
"투자펀드지만 실제 주안점을 두는 것은 이론의 실습, 교육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실적보다는 교육에 KSIF의 존재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주식보다는 인간에 투자하는 펀드인 것이다.
KSIF의 진면목도 여기에서 빛난다. 펀드 구성원은 수익율에 급급하기보단 외국 학술지를 활용해 최신 투자모형이나 기법을 적극 시도한다. 현재 주식운용3팀은 `파마-프렌치 3팩터 모델`을 사용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기의 주식운용2팀은 국내에선 쓰지 않는 자산배분법 `유니버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 보기도 했다.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것도 이 팀의 특징이다. 종일 모니터를 보기 싫었던 한 학생은 특정 조건을 걸어놓은 뒤 조건이 충족되면 휴대폰으로 신호가 오도록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다.
컴퓨터에 능한 경영공학과 이덕현(26)씨도 "HTS가 아니라 나만의 프로그램을 고안한 뒤 조건을 설정해 자동 매매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실수와 어려움도 많다. 대체투자팀은 주로 미국시장에서 거래하느라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한다. 그렇다 보니 깜박 졸다 주문을 잘못 넣어 사고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곧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을 이들은 공유한다.
KSIF의 조교 권민경(27)씨는 "해외시장에서 원유를 매매할 때 프로그램 이상이 생겨 5%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며 "시뮬레이션을 위해 각종 통계 프로그램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등 쉽지 만은 않지만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각광…팀째 스카웃되기도
이런 제련 단계를 거친 인재를 금융권이 마다할 리 없다. KSIF 출신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지난 1기는 한국투자공사(KIC), 자산운용사 등에 전원 취업했으며 2기 졸업생도 메리츠증권과 농협중앙회 등의 트레이딩 팀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MBA과정에 재학 중인 김민수(31)씨는 "지난 기수의 경우 대체투자팀을 모 증권사에서 팀째로 `사간` 경우도 있다"며 "트레이더로 많이 진출하지만 금융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 금융회사 대표는 `요즘 자산운용이나 파생상품 쪽 90%는 카이스트 출신`이라며 시샘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는다.
◇파마 프렌치 3팩터 모델 : 미국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의 유진 파마 교수와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의 케네스 프렌치 교수가 공동연구해 만든 투자이론.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시장위험만으로 설명하려는 기존 이론과 달리 시장위험에 기업규모 요인과 가치 요인을 추가한 모델이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섹터(sector) 투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유니버셜 포트폴리오 :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토마스 카바(Cover) 교수가 지난 1996년 고안한 자산재분법.`분산투자 비율 조절을 통한 최적 투자조건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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