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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주식고수' 고승덕 변호사의 주식투자 실패담

종합주가지수가 날개라도 달린 듯 무섭게 날아오르고 있다. 7월 22일 종합주가지수는 1074포인트, 금세 사상 최고치인 1138포인트도 뚫을 기세다. 개인투자자들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고시 3관왕'에서 '주식 고수'로 변신한 고승덕 변호사를 만나 고 변호사의 주식투자 실패담을 들어봤다. 흥분하지 말고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냉정과 교훈을 찾자는 취지다. <편집자주>
지금이야 '고시 3관왕'보다 '주식 고수'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지만 고 변호사 역시 처음 주식에 발을 디뎠을 때인 99년에는 쓴 맛을 봤다. '고시 3관왕'에 빛나는 고 변호사도 온갖 고수들이 판을 치는 정글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당시는 주가가 1000포인트를 막 뚫고 가파르게 상승할 때. 그만큼 쓰라림은 더 컸다.

작은 흐름에 부화뇌동하면 백전백패

ⓒ 고승덕 변호사 제공
고 변호사는 당시 실패의 원인을 "작은 흐름에 부화뇌동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큰 흐름을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작은 흐름에 쉽게 휘둘린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한 종목을 사놓고 3일 연속 하락하면 비관에 사로잡혔죠. 그러다 한 이틀 더 빠지면 아예 정신적 공황에 빠졌습니다. 서둘러 팔아 치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팔기만 하면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오르기 시작했어요."

고 변호사의 주식투자 실패담은 9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의 터널에서 막 벗어나 서서히 안정세를 되찾아 갈 때. IMF 이후 끝 모르게 추락하던 주가도 바닥을 치고 탄력을 받고 있었다.

당시 고 변호사는 한 증권사 지점장에게 거액을 맡겼다. 어떻게 주문을 내는지도 몰랐던 때, 그는 그 지점장에게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지점장은 엉뚱하게도 작전주(세력들이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종목)에 가담했다.

증권사 지점장에게 맡긴 돈 3개월만에 반토막

3개월 만에 고 변호사가 맡긴 원금은 반토막 났다. 그는 당시 지점장이 자신이 부탁한대로 삼성전자를 사지 않고 작전주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에 들어갔다. 그 결과 손실액의 30% 정도는 그나마 건질 수 있었다.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99년 가을에는 자신이 직접 투자에 나섰다. "당시는 이렇게 하면 꼭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직접 주식시장과 싸워서 이겨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죠."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막상 투자를 해보니 단기 심리가 지배를 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지고 떠나는지 알 것 같았죠."

그렇다고 고 변호사가 작전주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그때도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형주에 관심을 가졌다. 문제는 투자심리에 있었다. 자꾸만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거꾸로만 움직였다.

"어느 종목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어 놓고 매수 시기를 저울질 했죠. 이들 종목이 2~3일 올라가면 그때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쫓아가면 금세 이들 종목은 하락세로 돌아셨죠. 반대로 매수한 종목이 2~3일 연속 하락해 손실폭을 줄이자는 마음에 팔고 나면 그때서야 오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쩜 그렇게 시장 흐름과 정반대로 갈 수 있는지…."

"어쩜 그렇게 내 선택과 시장 흐름이 정반대로 가는지..."

ⓒ 고승덕 변호사 제공
고 변호사는 "그때는 정말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며칠 올라가면 사지 않고는 못 배겨나고 반대로 며칠 빠지면 겁나서 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전형적인 '쪽박의 길'을 걸었던 셈이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활황을 맞이하며 1000포인트를 향해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왠지 자기만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쓰라림은 더 컸다.

"어찌보면 당시 시장 상황이 지금과 비슷합니다. 아무리 주가가 올라도 시장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죠."

고 변호사는 우선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강한 종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코스닥의 테마주가 단기간에 반짝 오른다고 해서 이들 종목을 따라가면 개미들은 십중팔구 잃게 돼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강한' 종목을 사두면 당장 대박이 보이지는 않아도 시장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곧 수익을 내는 길이죠."

시장 흐름 동참하려면 '강한종목' 눈여겨 봐야

고 변호사는 두 번의 쓰라린 실패를 겪고 나서 2000년 초부터 실전투자를 포기하고 주식공부에 매달렸다. 대학시절 고시공부를 하듯 책을 파고들었다.

"주식 공부를 하다보니 제대로 된 투자 지침서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저마다 '상한가 따라잡기', '이렇게 투자하면 한달에 100% 수익'식의 대박과 투기만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았죠. 그래서 '제대로 된' 주식관련 책을 내기로 맘먹었습니다."

2002년 봄 그는 결국 주식 관련('고 변호사의 주식강의 1, 2, 3') 서적 3권을 잇따라 냈다. 이 책들은 지금까지 40쇄(보통 1쇄는 3000부에서 5000부) 이상 찍히며 주식 부문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혔다.

그가 이들 책을 통해 내놓은 이론이 바로 '파동 원리'다. 파동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따라 힘이 커지고 약해지듯이 주가에도 이 같은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그는 이 원리를 주가에 적용해 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해 내면서 주식시장에서도 '고수'로 불리게 됐다.

올해 안에 투자자문사 설립 계획

나름의 주가예측 이론을 개발하고 2003년 말에는 펀드매니저 자격시험에도 합격했지만 그는 지금 주식 현물거래를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 5월에 오픈한 투자정보 사이트(www.marketdaily.co.kr)를 통해 개미들의 '투자 나침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중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고 내년에는 펀드판매 전문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고 변호사는 투자도 좋고 수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요즘 고 변호사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쁘다. 일주일에 기업과 정부기관을 상대로 서너차례 강연을 다니고 고정출연 방송도 2개나 된다. 그렇다고 '본업'인 변호사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은 운동을 한다.

"보통 주식투자를 오래 하다보면 단기 성향이 강해집니다. 주식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예민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자칫 인간성이 황폐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남들을 위해 마음을 쓰고 대인관계를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꾸준한 운동도 꼭 필요하고요."

고 변호사가 말하는 개미들의 주식투자 5계명

1. 큰 흐름을 따라가라.
작은 흐름에 부화뇌동하면 반드시 진다. 2년 전 삼보컴퓨터와 현주컴퓨터에 투자한 이들은 큰 손실을 봤지만 삼성전자에 투자한 이들은 큰 수익을 냈다.

2. '요행'을 바라지 마라.
항상 일정 수준 오차 범위 내의 수익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벗어나기 큰 수익을 바라서는 안된다.

3. 분할매수해라.
특히 요즘처럼 주가가 무섭게 오를 때는 누구나 지금이 꼭지(상승이 마무리된 뒤 하락하는 부근)가 아닐까 두려워 한다. 그러나 분할매수 원칙을 지키면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분할매수에는 적립식 펀드가 제격이다.

4. 정보를 맹신하지 말라.
대기업에서 강의를 자주 한다. 최근에 모 대기업 계열사에서 강의를 했다. 그 기업의 주가는 막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 회사 임원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하나같이 3분기 실적 호전을 얘기 하더라. 이미 이 정보를 접한 이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사모으고 있었던 거다. 개미들이 나중에 이 정보를 접했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다.

5. 유혹에 빠지지 말라.
저금리가 계속되고 주가는 계속 오르면서 사람들이 쉽게 유혹에 빠진다. 그러다보니까 위험한 정보를 찾아 다닌다. 요즘 시장에서는 '뭐가 유망하다'는 식의 소문이 많이 나돈다. 주변에서도 이런 정보가 있으니 한번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많이 한다. 알아볼 필요도 없이 대부분 허황된 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