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건강-간

만성 B형 간염 치료의 최신지견 -2 (2010/4/12)

만성 B형 간염 치료의 최신지견 -2
 
 
 
 
 
 
 
한국인의 약 7%인 350만명이 바이러스 보균자이며 이들 중 약 50만명이 B형 간염 환자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간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암의 70% 이상의 원인이 B형 간염이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B형 간염의 원인과 치료약제의 장단점, 약제 내성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최신지견을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 게재한다.

 1. 만성B형 간염의 자연경과........................................... 김주현 교수(가천의대)
 2. 만성B형 간염의 치료:시작과 종료................................ 박중원 소장(국립암센터)
 3. 만성B형 간염 치료약제의 장단점.............................. 변관수 교수(고려의대)
 4. 항바이러스제의 약제내성........................................... 서동진 교수(울산의대)


만성 B형 간염의 치료: 시작과 종료


▲ 박중원 소장(국립암센터)    
지난 10여 년 간 만성 B형 간염의 치료는 질병의 자연 경과에 관한 지식에 더해 여러 새로운 항바이러스제의 임상 도입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만성 B형 간염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체내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이하 HBV)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바이러스제, 특히 경구 뉴클레오시(티)드 유사체(nucleos(t)ide analogues, 이하 NUC)는 장기간 치료하여도 HBV를 완전히 발멸시키기 어렵기에 실제 임상에서는 HBV의 증식을 억제하여 간염을 치료하고 간섬유화 및 간경변으로의 진행과 간암 발생을 최대한 방지하여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것은 마치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투여를 하여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 증세와 합병증 발생을 막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만성 B형 간염의 치료에서 어떤 경우에 치료를 시작하고, 언제까지 치료해야 하는 지에 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치료의 시작: 어떠한 경우에 치료를 해야 하는가?
특정 시점에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HBV의 증식 상태와 면역 반응에 따라 간 손상의 정도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자연 경과의 단계 중 어느 한 곳에 놓여 있게 된다.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임상의는 환자의 간질환의 진행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초진 당시 활동성 혹은 진행성의 간질환이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간경변, 간암으로의 진행이 우려되는 환자는 우선적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고려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치료가 필요한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실제 치료를 시작할 때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임상상 뿐 아니라 혈청 ALT, HBV DNA 농도, HBeAg의 유무와 같은 검사실 소견과 더불어 간 조직소견 등이 포함된다. 즉, 자연 경과 중 면역관용기(immune tolerance phase; HBV DNA 농도는 높으나 염증은 일어나기 않은 상태로서 협의의 ‘보유자’ 상태)는 치료 대상이 되지 않고, 면역제거기(immune clearance phase; 가벼운 염증부터 심한 염증까지 다양한 간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시기) 및 그 이후의 시기(HBV DNA 농도는 낮으며 염증도 없으나 염증의 결과로 섬유화, 경변증 등이 발생되었을 수 있음)에서는 상기의 사항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치료 대상을 선별한다. 치료 시작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아시아-태평양, 미국, 유럽 간학회 등에서 각각 치료 지침이 나와 있으며 각 나라 사정과 치료 여건 등을 고려하여 다소 차이를 보이는 항목들이 있다. 여기서는 2007년 대한간학회의 만성 B형 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현재 대한간학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HBeAg 양성 환자에서 혈청 HBV DNA가 20,000 IU/mL (105 copies/mL) 이상이면서 혈청 ALT가 정상의 2배 이상인 경우를 항바이러스제 치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단, HBeAg 혈청전환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3-6개월 경과 관찰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ALT수치가 정상의 2배 미만인 경우는 추적 관찰하거나 간 생검을 시행하여 중등도 이상의 염증괴사 혹은 문맥주변부 섬유화 이상인 경우 치료를 고려할 수 있고, ALT 증가와 함께 황달이 발생한 경우는 즉시 치료를 고려한다. HBeAg 음성 환자에서는 HBV DNA가 2,000 IU/mL (104 copies/mL) 이상이면서 혈청 ALT가 정상의 2배 이상인 경우를 치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ALT수치가 정상의 2배 미만이면 위와 같은 간 생검 소견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대상 간경변증에서는 HBV DNA가 2,000 IU/mL (104 copies/mL) 이상이면서 ALT가 정상 상한 이상일 경우 치료를 하며 ALT가 정상인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비대상 간경변증에서는 HBV DNA가 양성이면 ALT 수치에 관계없이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혈청 HBV DNA의 상승이 있으면서 ALT가 상승된 만성 B형 간염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서둘러 시작하기에 앞서 독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질환, 혹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ALT 상승의 다른 원인이 동반되어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면역제거기에서 일시적인 ALT의 상승 후 HBeAg 혈청 음성전환의 가능성(NUC 치료가 필요 없어지는 상태)도 치료 시작 전에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다. 일단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면 1년 이상 장기간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단 후 만성 간염의 재활성화 등 치료 후에 수반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기에 치료 대상선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2. 치료의 종료: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가?
NUC나 인터페론 치료에도 불구하고 감염된 간세포 핵 내 cccDNA (covalently closed circular DNA)는 없어지지 않아 HBV의 완전한 박멸은 어려우며 이에 따라 HBV의 지속적 보유와 만성 간염 재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 가는 아직까지 명확한 정답이 없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임상상 및 그와 연관된 여러 검사 결과들을 놓고 치료 종료를 시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임상적, 생화학적, 혈청학적 혹은 조직학적 지표들이 이용될 수 있는데, 임상적인 증상은 주관적이고 비특이적이어서 평가가 용이하지 않다. 혈청 ALT로 대표되는 생화학적 지표는 간염의 활동도를 비교적 잘 반영하나 경과 중 변동이 심하여 장기간의 치료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혈청학적 지표로는 HBV DNA, HBeAg 및 HBsAg 등이 치료 반응 평가에 이용되고 있다. 혈청 HBV DNA는 치료하는 동안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자 항바이러스제 내성 발생을 잘 반영한다.
 
하지만 B형 간염 자연경과 중의 단계 혹은 질병 진행 정도에 의해 영향을 받고 일정 기간 동안의 치료 종료 후 다시 상승하는 경우가 흔하여 장기적인 결과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혈청학적 지표 중에는 HBeAg의 소실이나 HBeAb의 생성이 치료 성과를 예측하는 지표로 흔히 사용되고 있고, 특히 HBsAg의 소실이 보다 신빙성 있는 지표로 인정되고 있다. 치료 후 HBeAg의 소실 내지 HBeAb의 생성은 ALT 및 조직 소견의 호전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좋은 예후와 연관되어 있다고 되어 있어 특히 HBeAg 양성 만성 B형 간염에서는 치료 종료 시점을 정하는 데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HBeAg의 소실이 모두 질병의 호전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어서, 일부에서는 치료 중단 후 다시 HBeAg 양성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일부는 HBeAg 음성 만성 B형 간염으로 이행되기도 하므로 HBeAg의 소실과 HBeAb의 생성이 반드시 지속적인 관해의 유지를 보장하는 소견은 아니다.
 
한편, HBsAg의 소실은 생존의 향상 및 간암 발생 위험의 감소 등과 연관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인 까닭에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치료과 관련하여 HBsAg의 소실을 예측할 수 있는 대리 표지자(surrogate marker)도 연구 중이나 현재로서는 유용한 것이 없다. 간 생검을 통한 조직병리학적 검사는 치료에 의한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수단이지만, 침습적이고 드물지만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고 생검 검체의 대표성, 판독 결과의 수치화에 있어서의 정확도 혹은 재현성 등의 문제로 인해 임상에서 널리 시행하기는 어려운 검사이다.

요약하면, 현재로서는 HBeAg 양성 환자의 경우는 HBeAg 혈청 음전과 HBV DNA 음성(통상 10-15 IU/ml 미만)이 된 후 6 개월 이상 추가로 NUC 치료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치료 종료 후에는 재발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HBeAg 음성 환자의 경우는 HBsAg이 소실될 때까지 장기간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는 평생 투약이 필요하다. 장기 투여에 따른 항바이러스제 내성을 우려하여 성급히 NUC를 중단하는 경우 만성 간염의 심한 악화를 일으킬 수 있기에 부적절한 투여 중단은 금기이다.

3. 맺음말
다양한 항바이러스제가 임상에 도입되면서 간기능이 악화된 만성 B형 간염을 치료하고 간기능 호전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간 관련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현대의학의 개가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치료 종료 시점에 관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또한 장기 투여에 따른 항바이러스제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치료 시작과 종료 결정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