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했던 재야 고수, 제도권 대뷔 눈앞
원조 `슈퍼개미` 권정태, 올해 자문사 설립 계획
10년 만에 2700만원을 500억원으로
"파생쪽을 잘하는 전문가 집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르네상스 테크놀러지`가 롤모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헤지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권 기관이 아닌 개인 고수들이 나서야 합니다."
한때 주식시장에서 투자 고수로 명성을 쌓다가 2003년 이후 은둔에 들어갔던 원조 `슈퍼개미` 권정태(45)씨가 올해 자문사 설립을 목표로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권 씨는 "기존 투자 기관들은 실무자가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와도 리스크 부담 때문에 이를 채택할 수 없다"며 "리스크에 대해 따져보고 안 하는게 아니라 파생이라 그러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오랜 은둔생활을 접고 대외활동을 재개한 이유는 올해 안에 그의 이름을 내건 자문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이전까지 개인 투자활동을 해오면서 축적된 경험을 제도권에서 승부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권정태씨는 국내에서 개인투자가라는 말이 처음 생기던 9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주식 고수다. 그가 썼던 투자 관련 저서들은 지금도 개인투자가들에게 유용한 지침서 역할을 하며 추천 도서로 꼽히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7년이었다. 당시 단타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렸던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선물시장에 뛰어들었다가 2주 만에 80% 손실을 입고 투자를 접었다.
"이 때가 위기였습니다. 돈도 잃고 자신감도 잃었죠. 돈이 없다 보니 돈 벌 기회도 잃었고 손실이 커지다 보니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1년 여의 공백기간을 가진 후 1999년 그는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활황장이었던 한 해 동안 그는 중소형주 단타 매매를 통해 2700만원을 12억원으로 불렸다. 높은 수익률이 입소문을 타면서 언론에 부각됐고 유명세를 탔다. 그는 투자 경험을 책으로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IT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던 2000년과 2001년에도 그는 2년 연속 100% 수익을 올렸다. 종자돈이 50억원 수준까지 커지면서 이전에 했던 중소형주 단타매매로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투자금액이 커지면서 종목 가격에 너무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이때를 위기로 인식하고 다른 투자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우량 대형주 투자와 옵션, 선물을 놓고 고민하던 중 선물을 이용한 시스템트레이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스템은 감정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요. 스스로를 믿는게 아니라 신호를 믿고 매매하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고통이 덜하죠"
1년 여를 준비한 후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한 그는 이후 7년 간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하고부터 권씨는 은둔에 들어갔다. 그는 "방송도 하고 신문에도 나면서 우쭐한 기분에 들뜨기도 했는데 스스로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되자 언론을 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목표로 하는 자산 금액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돈의 목표를 정한 적은 없다"며 "트레이딩이 재미있기 때문에 한다"고 단순하게 설명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도박에 비유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도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잃어도 계속 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죠. 맨날 따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는 수십가지 시스템을 이용해 자금을 분산 투자하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다. 정형화된 시스템을 고수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변형시키면서 운용한다고 밝혔다.
좋은 시스템을 추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짜피 확률은 두 가지 중 하나"라며 "이전 추세를 따르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인데 추세를 따르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에게 선물 투자 초보자들을 위해 조언해 달라고 하자 "선물.파생 시장은 성공률이 매우 낮다"며 "초보자들은 프로가 되려고 마음 먹지 않는 한 안 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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