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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油價 반등·달러 약세 바람타고 돌아온 외국인

입력 : 2016.03.08 03:06

7거래일 동안 1조6746억 순매수… 코스피 1957.87포인트 회복 견인
3개월 이상 장기투자하는 특성 순매수 기조 당분간 이어질 듯… 美·유럽서 악재땐 다시 나갈수도

집 나간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왔다. 지난해 여름 중국 증시 폭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25일부터 7일까지 단 7거래일 동안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6746억원의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 지수가 2173.4포인트까지 올랐던 작년 4월의 주간 순매수 기록(2조2527억원) 이후 최고치다. 최근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이만하면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연일 파는 것과 달리 외국인이 '사자' 주문을 외친 덕분에 올 초 183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7일 1957.87포인트까지 회복됐다.

외국인이 돌아온 건 우리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갑자기 좋아졌다거나,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확 푸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간 지나치게 하락했던 국제 유가가 최근 급반등세로 돌아섰고, 달러화 강세가 둔화한 데다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곧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험자산(주식) 회피 움직임이 누그러든 덕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 등 여타 신흥국 증시로도 해외 큰손들이 돈을 넣기 시작했다.

유가·환율 안정되자 다시 한국으로

작년 말 기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액 기준으로 하루 평균 거래량의 26%를 차지한다. 게다가 주요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높다(시가총액 비중 30%). 개인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외국인의 움직임을 '깃발'로 삼아 이를 추종하며 주식을 사고팔기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 향방이 우리 증시 전체의 색깔을 좌우한다.

외국인 투자자, 작년 4월 말 이후 최대규모 순매수

작년 말부터 올 초 국내 증시에서 33거래일 연속 순매도 폭탄을 던졌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로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중동계 자금과 영국 등 유럽계 자금이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국내 증시에 투자할수록 환차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매도 움직임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강세가 둔화돼 1240원 선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01원대로 하락(원화가치 상승), 환차손 우려가 줄어들었고 국제 유가도 30달러 중반대까지 안정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양적 완화가 지속되고 있는 유럽의 화폐 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에서 싼값에 돈을 빌려 해외 투자에 나서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Euro carry trade)' 자금 중 일부도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도 유입되는 외국인 순매수 자금은 대부분 신흥국 패시브 자금(펀드매니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채 시장 흐름을 그대로 좇아가도록 주식을 편입시키는 펀드) 성격이 강하다"며 "유가 반등과 달러 약세 분위기가 우리나라 등 신흥국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외국인 행보는 美·日·유럽 통화정책에 좌우될 듯

이런 흐름은 얼마나 계속될까. 상당 기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시각이 팽팽하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연구원은 "작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외국인 매도 금액이 17조원에 달해 그간 팔 만큼 팔았다고 보인다"며 "2월 말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이 환율 약세를 자제할 것을 결의한 덕분에 달러화 강세 기조가 멈추고 있어, 2~3분기까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수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번 방향을 틀면 3개월 이상 장기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의 특성상 이런 추세가 최소한 3~4월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3월에 금리를 안 올리고, 4월 인상 가능성도 작아진다면 3월 이후 1∼2개월은 편한 상승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가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이하 현지 시각 9~10일)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14~15일),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15~16일) 등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정책이 줄줄이 나올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