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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작년 외국인 투자자금 60조원 이탈…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입력 : 2016.02.25 10:53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530억달러(약 60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신흥국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긴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불안을 키웠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 잔액은 9411억달러로 2014년 말에 비해 533억달러가 감소했다. 한은이 고시한 지난해 평균 환율인 1131.5원으로 계산해 보면 약 60조300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외국인 자금이 이처럼 큰 규모로 빠져나간 건 2008년 글로벌 경제를 덮쳤던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08년에는 1758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 유병훈 팀장은 "연중 외국인 투자가 감소한 것은 원화 절하 등 비거래 요인 때문에 잔액이 크게 감소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중 107억달러(20%)는 거래 요인, 426억달러(80%)가 비거래 요인이었다. 원달러 환율 등 비거래 요인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많았던 셈이다. 실제로 달러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증시 등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주식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팔게 된다.

하지만 환율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은 '거래 요인'에 의한 외국인 자금 이탈도 2008년(258억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상치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 자금은 특히 직접투자(50억달러 증가) 외에 증권투자, 채권투자 등 전 금융분야에서 이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서 대내외적인 변수에 의해 자금을 넣다 빼도, 대부분 채권시장이 아닌 주식시장에서만 이탈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외국인 투자 현황 중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거래요인 항목을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증권투자에서 73억달러를 빼냈다. 지분증권과 부채성증권(채권)에서 각각 20억달러와 53억달러를 줄였다. 현금 및 예금, 무역신용, 차입금 등이 포함된 기타투자에서도 85억달러를 뺐다. 다만 파생금융상품은 2014년과 차이가 없었다.

유병훈 팀장은 "2014년 대비 2.3%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는데, 어느 한 순간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고 그 규모도 예년에 비해 아주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