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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주식 사지 마라" 외치는 미국 증시 비관론자들

"주식 사지 마라" 외치는 미국 증시 비관론자들

  • 입력 : 2011.02.04 06:44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주식을 멀리 하라고 외치는 증시 비관론자들이 나타났다. 미국 증시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9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비관론자들이 미국 증시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주식 투자에서 손을 떼라고 충고하고 있다.

비관론자 중에서도 가장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사람은 대표적인 '닥터둠'(Dr.Doom ·경제 전망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Faber) 글룸붐앤드둠 리포트 발행인이다. 파버는 지난달 25일 경제전문 방송인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의) 조정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며 “S&P500 지수는 앞으로 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무 많은 투자자가 낙관론에 빠져 있다는 것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였다.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S&P500 지수는 현재 2009년 3월의 저점 대비 91% 오른 상태로 1300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초저금리 기조를 지속하고 지난해 11월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2차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린 덕분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들은 상승장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 증가에 힘입어 S&P500 지수가 올해 각각 1450과 14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왼쪽부터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리포트 발행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이와 관련, 파버는 지난달 24일 영국 B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가 10~20% 하락할 것임을 전제로, 돈(달러화)을 더 찍어내는 3차 양적 완화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 경우 주가는 다시 부양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통 사람을 위한 경제도 부양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주택가격의 추이를 나타내는 케이스-실러란 주택 지표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로버트 실러(Shiller) 예일대 교수는 또 다른 주가지수인 다우 평균이 1만2000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우 평균은 지난달 26일 장중에 2년 반 만에 1만2000을 돌파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아직 1만2000선을 넘지 못했다.

실러 교수는 다음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자들은 다우가 1만2000을 뛰어넘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가가 이미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비싸게 매겨져 있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앞서 18일에도 단기 투기 세력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주식은 여전히 위험한 투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Rogers) 로저스 홀딩스 회장도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그는 금과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 투자에 관심을 가지라고 줄곧 조언해왔다. 로저스 회장은 2주 전 CNBC에 방송된 인터뷰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면 1970년대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을 겪었는데, 당시 주식은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주식중개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단으로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대규모 양적 완화 조치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현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주식과 채권이 아니라 실물 자산을 보유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