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증시 현황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올까?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총괄 전무
엔低의 대가는 결국 한국이 지불해야… 인구 노령화로 저성장 늪에 빠져… 외국인이 관심 가질 만한 매력 있겠나
한국의 성장축 바뀌며 새 판 짜는 중… 코스닥 거품론 나오지만 그건 오해… 자동차종목이 성장의 여지 많은 편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약 6조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 증권가에선 외국인들이 다시 우리 증시로 돌아올지, 돌아온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뱅가드 신흥시장 펀드가 한국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바꿔 분류하면서 포트폴리오(종목 구성) 변경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매도한 영향이 컸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과연 뱅가드 펀드의 포트폴리오 변경이 마무리되는 오는 7월쯤에 외국인들은 다시 한국 증시로 돌아오게 될까?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전무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전무는 올해 코스피가 1900~2100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세계 각국 정부가 공조하면서 해결해 낼 테니 1900 이하로 떨어지긴 어렵다”면서“건강한 경제 회복이 있을 수 있다곤 보지 않아 크게 상승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성형주 기자

뱅가드 펀드가 한국 주식 매도를 멈추면 외국인이 다시 한국 증시로 돌아올 것이란 일반적인 증권가의 전망과 달리,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운용본부총괄 전무는 이런 질문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김 전무는 3년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주식 분석 분야에서 이름을 날릴 때도 남들과 다른 전망과 주장을 소신 있게 내세웠다. 그러다 자산운용사로 이직해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김 전무가 이직할 당시만 해도 우리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은 하위권이었지만, 최근 우리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은 상위 30% 이내에 들고 있다.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좋은 실적을 낸 데에는 김 전무의 시장에 대한 분석 능력과 전망이 반영돼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 전무의 현재 전망이 옳고 그른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증명되겠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판에 박힌 대답이 나오지 않아 기자는 인터뷰 내내 귀를 쫑긋 세웠다. 그의 색다른 설명을 듣고 있자니 '설마 그럴 리가?'란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자본시장은 늘 예상치 않은 사고들의 연속이니 위험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머니섹션 M플러스가 엿본 김 전무의 혜안을 소개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올까?

"한국을 싫어하는데 왜 오나.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한국 증시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 중국의 성장에 필요한 산업재 등을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또 일본이 엔화 절상(엔고) 때문에 고전하는 동안, 일본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가격 경쟁력이 좋아져 반사 이익을 많이 봤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국제사회가 일본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바로 일본의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높여준다는 의미다. 대가는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 피곤해지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 노령화다. 외국인들은 노령화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몸소 체험했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소비와 투자가 안 되며, 의욕도 잃어버린다. 외국인들은 특히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 모두 전쟁 이후에 제한된 자본을 집중 투자해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식으로 압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국민은 모두 지쳤고, 인구 노령화가 나타나면서 후유증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저성장이 문제라는 얘긴가.

"그렇다.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 중에서 가장 신뢰를 받으며 안정감 있게 성장해 왔다. 그런데 성장이 둔화되면서 지금은 '김빠진 사이다'처럼 되어 버렸다. 예로부터 신흥시장의 매력은 화끈한 성장인데, 한국은 그런 걸 잃어버렸다. 선진국이 되었다지만 선진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은 2%도 채 안 된다. 이렇게 작은 한국 시장에 외국인들이 뭐하러 관심을 갖겠는가? 과거 증권사에 있으면서 사귀었던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펀드매니저들이 전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있다."

―그럼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신성장 동력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본다. 지난 정부는 참 운이 좋았다. 중국이 뜻밖에도 고성장을 해줘서 우리나라의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제 자체가 상당히 가라앉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보자. 세계에서 LTE(4세대 이동통신)가 방방곡곡에 깔린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각종 콘텐츠나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인프라(기반시설)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말엔 어드밴스드(advanced) LTE가 등장해 속도를 더 높여버릴 예정이다. '청년들이여, 콘텐츠나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개발해라, 얼마든지 받아주겠다'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니,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런 기대감이 반영돼 코스닥은 이미 많이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 많이 있는 중·소형주가 올해 강세를 보이니까 버블(거품)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건 오해다. 한국의 커다란 성장축이 바뀌면서 새 판이 짜이고 있는 현상을 간과하는 것이다. 한국이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멈추겠나. 지금은 존재감 미미한 중·소형주지만 나중에 대형주가 될 그런 회사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럼 기존 대형주는 어떻게 되는 건가.

"철강·화학·정유·건설과 같은 구(舊)경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구경제가 무너졌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삼성전자 덕분에 지탱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삼성전자도 한계가 있어 위태위태하다는 점이다. 지금 구글이나 아마존이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치고 나온다. 언젠가 삼성전자도 저가폰을 생산하게 될 텐데 그럼 현재의 마진(이익)은 희석될 것이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그런 부정적인 측면들이 감춰져 있을 뿐이다. 애플은 늘 선구자였기에 프리미엄(가산점)을 받았었지만, 요즘은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뭔가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애플이 그랬듯이 언제든 후발 주자에게 따라 잡힐 수 있다. 정보기술(IT)은 원래 정글 속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다."

―삼성전자를 대신할 수 있는 기업이 있나.

"그게 고민이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실적을 잘 내니 가만있지만, 조금이라도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면 자금이 이동할 것이다. 기존 산업 중에선 그나마 자동차 업종(그는 과거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10여년간 일하면서 자동차 업종 분석의 최고 전문가 중 1명이었다)이 성장의 여지가 높다고 본다. 자동차주의 약진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이 바로 주식을 살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