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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엔화·미국·외국인 놓고 증권사들 갑론을박

엔화 약세,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 외국인 매도세.

증권사들은 이 세 가지 요인이 한국 증시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엇이 중요한 지에 대한 인식은 같지만, 전망은 증권사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당장 5월 증시 전망도 이 세 가지 요인을 어떻게 보는 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 엔화 약세 영향력 계속될까, 약해질까

엔화 약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증시를 괴롭히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앞세워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몇몇 증권사는 엔화 약세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0월 이후 7개월 동안 이어진 엔화 약세를 이끈 일본 정부의 1차 정책 드라이브가 4월 26일 일본은행 회의를 기점으로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엔화 움직임이 안정되기만 해도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계속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3~105엔 수준에 도달하면 엔화 약세 흐름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금 속도라면 5월 중순이 그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엔화 약세 영향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원인인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라는 요인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면 현재의 환율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금리 인하만으로 현재의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 미국과 중국 경기 회복 속도 논쟁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놓고도 증권사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SK증권은 2분기 들어서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고, 중국도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은 미국 건설업 고용자수 증가 등 고용시장에서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며 민간 부문에서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부진했던 것은 지도부 교체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지연된 영향도 있다"며 "2분기에는 정부 재정지출이 정상적으로 재개되면서 성장률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증권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IBK투자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와 ISM 제조업지수가 3월 이후 위축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작년 9월부터 시작된 3차 양적 완화 정책의 약효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 시장금리는 주식시장과 비슷하게 움직였는데,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지수가 좋지만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자금 수요가 부족하거나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아직 미국 주식시장이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을 이끈 부분은 제조업, 주택, 소비였는데, 세 가지 부문에서 모두 경기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경기 둔화를 아직 미국 주식시장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계속 팔까, 안 팔까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올해 들어서만 6조원 가까이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의 이탈은 한국 증시의 부진을 상징하는 동시에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는 외국인이 5월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에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상일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자금의 단기 이탈 최대치가 6조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뱅가드 영향력이 약해졌고, 엔화 약세 파급력도 떨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에 2~3개월 동안 유럽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왔다"며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증시의 외국인 수급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양증권은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엔화 약세 속도도 느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약해질 수는 있어도 매수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