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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issue!] 미국·일본 국채 금리에 빨간불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급등하던 증시가 국채금리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비상등이 켜졌다. 장기금리를 낮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도 오히려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은행권 대출금리까지 뛰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 평균은7.3% 폭락했다. 다음날에는 소폭 상승했다가 27일 다시 3% 넘게 떨어졌다. 연초 이후 50% 이상 거침없이 오르던 일본 증시가 국채 금리 상승과 중국 경기 둔화라는 겹악재에 부딛혔기 때문이다. 23일 일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연 1%로 치솟으며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 보유가 많은 금융주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취임 이후 지난 4월에는 1년만기 국채 금리가 1% 육박하게 치솟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강력한 통화완화와 사회 간접자본투자 중심의 대대적인 재정확대,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및 규제 완화 조치 등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대규모 양적완화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사히 신문은 "아베노믹스로 엔화값이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하자 안전자산인 채권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으로 쏠리면서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역시 출구 전략 가능성이 커지며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이 몇개월 내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 시사하며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개월여만에 2%를 돌파했다.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빠르면 다음달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해야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매입 규모가 줄면 그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하던 다우존스 산업평균과S&P500은 주춤하며 최근 혼조를 기록 중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선진국이 쌓아둔 대규모 국가 부채에도 부정적이다. 현재 일본의 국채 발행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240%에 달하기 때문에 1%포인트의 금리가 상승하면 연간 추가로 들어가는 이자 지급액이 GDP의 2.4%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중은행이 국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은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6조6000억엔(약 73조원)의 평가손실을 입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은 그동안 선진국 국채금리 상승을 미리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 금융 및 언론 정보 서비스업체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1987년 미국 증시의 블랙 먼데이를 앞두고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또 2005년과 2006년 사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기 전에 일본 국채 금리가 먼저 올랐고 이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채 금리 상승은 국가 재정 우려로 확산된 사례가 많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84%에서 국채 금리가 4%를 넘어서며 재정 우려가 확산됐다. 스페인은 부채비율 60%, 국채금리 4% 이하에서 재정우려가 일었다. 부채비율이 이들의 3배가 넘는 일본은 국채금리가 1.5%만 넘어도 이들보다 더 많은 이자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신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미국에서 양적 완화 후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일본은 양적 완화의 부작용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이 두 국가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지역이 부각되지 않는 한,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일시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