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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정선 "산사과래요"…고랭지 재배지가 사과밭으로


정선 "산사과래요"…고랭지 재배지가 사과밭으로

▲ 정선 고랭지 산사과./김창남 기자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 나와 1시간 정도 달리면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이 나온다. 해발 300~400m에 위치한 곳이다. 고랭지 배추, 무, 찰옥수수 산지로 유명한 이 곳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남으론 동강, 북으론 백운산 등 천혜의 자연조건이 어우러진 이 곳이 기후 온난화로 사과 재배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도 불어닥친 기후 온난화의 여파는 작물 재배지도도 바꾸고 있는데, 정선 ‘산사과’라는 새 품목까지 탄생시켰다. 실제로 기상처의 ‘한반도 기후변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7도 상승했다. 그 결과 경북 경산이 주산지인 복숭아는 강원도 춘천에서, 전남 보성에서 주로 생산됐던 녹차는 강원도 고성에서 재배되고 있다.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정선 일대는 사과 수확을 앞둔 9~10월 일교차가 10~15도가량 나면서 열매의 성장과 수축을 반복, 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경북 청송골 사과가 유명한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 정선, 고랭지 ‘산사과’ 재배지로 탈바꿈

GS리테일 사과 지정농장인 ‘백운산 사과농원’을 찾은 30일 저장용 만생종인 부사와 미안마의 막바지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 일대는 동해(凍害) 피해를 막기 위해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 비해 수확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다.

▲ 한규섭씨는 36년 간 재배했던 고랭지 채소를 정리하고 4년전부터 사과경작을 시작했다./김창남 기자
백운산 사과농원을 운영하는 한규섭씨(59)는 고랭지 배추와 무 등을 재배하다가 4년 전부터 사과 경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씨는 “36년 동안 고랭지 채소를 키웠는데 수익은커녕 오히려 빚만 늘어 신용불량자가 됐다”면서 “그러나 정선군이 60%가량 자금을 보조해 줘 사과를 재배하게 됐고 5년차를 맞는 내년부터 수익을 내면서 신용불량자 신분에서 벗어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일대에선 고랭지 채소를 ‘투기성 작물’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가격등락의 폭이 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되고 있다.

4만5600m²(1만5000평)규모의 백운산 사과농원에선 아오리, 홍로, 료까, 부사, 미안마 품종의 사과나무 5380그루를 재배하고 있으며 올해 41톤(t)가량을 생산했다.

1년짜리 사과모종이 4년가량 자라면 보통 10kg안팎의 사과가 수확되지만 7년차 ‘성모기’에 접어들면 수확량이 3배가량 늘어, 이 농원에서만 2억4000만원 안팎의 연간 순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구나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 물량 100%를 GS리테일이 사가기 때문에 한 씨 입장에선 사과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백운산 사과농원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의 ‘형제농원’. 형제농원은 올해 처음 9900m²(3000평)규모로 사과재배를 시작해 8~9톤가량 생산했다. 해발 600m에 위치한 이곳도 과거엔 고랭지 배추·무 외에 콩, 오이 등 시설채소를 주로 재배했다.

형제농원 운영자인 김규성씨(60)는 “처음엔 사과재배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대비하기 위해 복합영농 차원에서 사과재배를 시작했다”며 “고랭지 채소에 비해 사과의 경우 가격등락이 적기 때문에 앞으로 재배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형제농원 운영자인 김규성씨가 휴대용 당도계를 가지고 갓 수확한 사과의 당도를 체크하고 있다./김창남 기자
이날 이곳에서 수확한 사과를 휴대용 당도계로 측정한 결과, 16브릭스(Brix)를 나타낼 정도로 사과의 품질을 좌우하는 당도가 뛰어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사과당도 기준은 특품(부사)은 14브릭스, 상품은 12브릭스다.

정이동 GS리테일 농산팀 차장은 “향후 5년 내에 강원도 사과가 GS리테일 판매 사과의 3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선군에서 생산되는 미안마 품종은 재배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부사에 비해 수매가가 1kg당 500~1000원 가량 높은 3200원에 판매돼 농가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정선군 ‘고랭지 산사과’를 대표 특산품으로 육성

정선군은 1차 ‘사과재배단지 조성사업’으로 내년까지 사과재배 면적지를 100ha(헥타르)까지 확대하고, 2014년부터 2차 5개년 사업을 추진해 100ha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고랭지 채소 재배면적의 10%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정선군 일대는 64곳의 농가가 70ha에서 사과 400여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년 13~15ha씩 사과 지배면적이 늘고 있다.

정선군은 고랭지 채소에 비해 저장성이 좋고 가격변동도 적은 사과를 정선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주선 정선군 친환경농업담당은 “정선군에선 한반도 기온상승에 따른 농작물주산지 변화에 대비하고 고랭지 채소 대체작목 개발과 농가 소득 배가를 위해 내년까지 75억4800만원을 투입해 정선군 사과재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과를 정선군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