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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은퇴 뒤 돈만 축내고…" 40~50대 노후 두려움 폭발

피델리티 은퇴투자연구소 노지리 사토시 소장
은퇴후 자산 축내기만 하면 결국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
퇴직 후 20년간 투자 계속해 매년 3%씩 자산 불리고 75세에 '투자로부터 은퇴'

노지리 사토시 피델리티 은퇴투자연구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저금리·저성장 시대엔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노후 난민’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피델리티 은퇴투자연구소 제공

"고령화, 연금 고갈, 저금리 등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일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쯤엔 한국 은퇴자들이 일본처럼 '노후 난민(難民)'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합니다."

피델리티 일본 현지 법인 부설 은퇴투자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尻哲史) 소장은 1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2010년에 '노후 난민: 50대 부부가 살아가는 법'이란 책을 펴내 초고령화 사회 일본의 은퇴자 문제를 다뤘다.

그가 말하는 '노후 난민'은 은퇴후 자산을 계속 축내는 바람에 의식주 같은 기본적 생활 여건을 충족할 만한 자금조차 없는 노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설문 조사를 해보면 한국인이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일본인보다 훨씬 낙관적이라고 노지리 소장은 말했다. 지난해 11월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설문에 따르면 일본인 70%는 '내 노년 생활이 지금의 고령자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보았지만 한국인은 10명 중 6명이 '내 노년이 지금의 고령자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자 대상 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그는 "10년 전 일본처럼 한국도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의료 서비스 증가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의료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고 턱없이 부족한 구호 시설을 찾아 전전하는 '구호 난민'도 증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후 난민이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삶을 은퇴 전과 후의 2단계가 아닌 3단계로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①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시기 ②은퇴 후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가는 자산 투자기 ③투자 활동을 끝내고 불린 자산을 느긋하게 소진하는 완전 은퇴기가 그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돈을 쓰면서 불려가는 두 번째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퇴직 후에도 20년 정도는 매년 3% 정도 자산을 불려간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75세쯤에야 투자로부터의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연 3%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은행 예금 비율은 낮추고, 투자자금 중 주식 투자 비율을 적어도 2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퇴 후 생활비를 50대 시절의 절반 정도로 줄이고,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로 이사하는 것을 권유했다.

퇴직 후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유동성, 즉 '현금화가 얼마나 빨리 가능한지'라고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직접 집을 사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인 '리츠(REITs)'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상황이 올 경우 리츠는 신속하게 손절매가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처분이 불가능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의 은퇴 준비법에 대해 "무엇보다 투자의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제 돈은 일본·아시아·유럽·미국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 4등분해 넣고 있고, 아내가 버는 돈은 모두 은행 예금에 넣어둡니다. 저의 펀드 투자는 지역 다변화를 추구한 전략이고, 가족 안에서는 나와 아내가 공격형·안전형으로 분산 투자를 하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