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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론

사설] 중소기업과 대기업, 복지와 성장 사이 균형 찾아야

한나라당은 '복지국가 건설'과 '일자리 창출'을 정강·정책의 맨 앞부분에 내세우고 '고용률과 실업률을 (국정의) 우선적인 정책지표로 삼는다'는 내용도 함께 포함시켰다. 역대 정부가 추구해온 성장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일자리 중심 '고용 복지'를 국가 정책 운용의 중심에 놓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적극화하고 대기업 규제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정책 전환의 논거(論據)로 '경제 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들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4·11 총선의 3대 핵심 공약으로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부자 증세를 내걸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벌 개혁과 함께 복지·분배 중심 정책 운용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상위 1% 가구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8%에서 지금은 20%로 뛰어올랐다. 이런 '승자 독식(獨食)'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소기업 일자리는 347만개 늘어난 반면 대기업 일자리는 50만개 줄었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대기업 차지다.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2009년 5.61%에서 2010년 5.55%로 떨어진 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6.54%에서 7.83%로 높아졌다. 경제위기로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가 더 심해진 탓이다. 그래서 대기업의 지나친 탐욕이 국민 원성(怨聲)의 과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수출의 70% 가까이를 담당하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국내 대표 대기업은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며 선진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대기업이 위축되면 자칫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 우리의 숙제는 재벌 시스템을 수술하면서도 대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성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유럽 재정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 성장"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 경제는 일부 수출제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의 생산성이 아직도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진다. 더 많은 성장이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세수(稅收) 확보에도 절실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성장과 복지의 문제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