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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2012 유럽]② 佛선거(選擧)에 유럽이 달라진다

“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재집권에 실패한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군을 잃는다 
→ EU재정협약이 길을 잃게 된다”

위험하지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사르코지가 재집권에 실패한다면 유럽의 미래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프랑스 대선 판세에 유럽이 달렸다

‘메르코지’란 말이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합쳐서 부르는 말. 사실 두 사람간의 불협화음이 때때로 보도되곤 하지만, 두 정상은 그동안 유럽문제 해결의 키를 쥔 쌍두마차로서 긴밀한 협조를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4월까지다. 사르코지가 오는 4월 열리는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하면, 두 정상이 그간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사회당 경선후보로 점쳐지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정책은 사르코지와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현재 올랑드는 사르코지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사르코지는 내달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가 4월 전에 프랑스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산다면 그의 재집권 확률은 높아진다. 프랑스 대선은 4월 22일, 5월 6일에 두 차례 열린다. 

한데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사르코지 재집권의 걸림돌이다. 대선 전에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사르코지는 표심을 더 잃을 수 있다. 프랑스 여권은 벌써부터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개의치 않는 듯 언급하면서 금융시장과 국민이 받을 충격을 조절해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사르코지의 이런 노력에도 연임에 실패한다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던 사르코지를 제끼고 올랑드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독일과 입장이 틀어지면서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책이 꼬일 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라 증권의 알리스테어 뉴튼 애널리트는 “올랑드는 유럽 위기 접근법에 있어서 사르코지와 매우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랑드는 EU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 이미 선언한바 있다. 메르켈과 사르코지가 긴밀한 토의 끝에 내놓은 협약이다. 

올랑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확대와 유로본드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둘 다 독일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사르코지도 ECB의 개입 확대를 원하기는 했지만 메르켈의 강한 반대에 한 발자국 물러선 상태다. 

뉴튼은 “‘메르코지’는 혼란했던 지난 몇 년동안 뜻을 함께 맞춰왔는데 그것이 흔들린다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올랑드는 메르켈과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외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우려된다”고 말했다. 

◆ 독일, 프랑스 버리고 독자 행보할까

메르켈은 사르코지와 손잡고 유럽 위기 해결책을 주도적으로 논의해왔다. 대체적으로 독일이 우위에 있었지만 프랑스의 도움없이 유럽 전체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었다.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긴축정책 도입, 공공부채 삭감, 그리스 채권은행들의 손실분담 확대, 유럽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 등 대부분 독일이 원하는 대로 해결책은 짜여졌다.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방안들이어서 유럽 국가들이 꺼려했다. 이탈리아에 재정개혁 압력을 넣은 것도, 강력한 재정규율을 통해 재정불량국을 감시하자고 제안한 것도 메르켈이다. 메르켈은 번번이 사르코지 설득에 나섰고, 프랑스의 지지가 결국 힘이 됐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없어진다면 메르켈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사사건건 올랑드와 부딪히면서 해결책 논의가 정체될 위험도 있다. 

메르켈이 올랑드와 대립각을 세우게 될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메르켈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을 확대해선 안된다”, “재정통합 없으면 유로본드도 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르켈이 강단있게 EU재정협약 논의를 이끌어나갈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한편 사르코지와 메르켈은 오는 9~10일쯤 만날 예정이다. 유럽연합(EU)회원국들은 오는 24일 재무장관회의, 30일 정상회담을 연다. 

◆ 영국 ‘마이웨이’…연정에 금 갔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메르코지 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EU정상회담에서 영국이 EU조약개정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메르코지도 기분이 단단히 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측은 비(非)유로존 국가에 금융거래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을 반대하며 EU조약개정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코지만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영국의 연립정부에도 금이 갔다. 

정상회담 이후, 연정 내 자유민주당 의원들은 “캐머런이 자살골을 넣었다”, “영국을 고립시켰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보수당에선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였다”며 캐머런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EU내 영국의 역할을 근본적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연정의 갈등이 심해지면 영국이 EU를 탈퇴할 지 여부를 두고 투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튼은 “캐머런이 영국의 주권 문제를 내세운다면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영국은 유로존 위기 해결 논의에서 계속해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