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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론

루비니 "경제불평등 해법은 성장뿐…성장 없이는 EU 지속 불가능"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에서 초래됐고 그 결과로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는 특유의 비관론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 ‘성장을 통한 위기탈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루비니 교수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미국과 이탈리아, 위기를 보는 두 가지 시각’이라는 강연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붕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보다 훨씬 더 거대한 충격파를 던질 것이며 미국은 이중침체(더블딥)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치유하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처방은 ‘경제성장’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도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1970년대 이전에는 미국 노동자들도 임금을 받아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집과 차를 살 수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생활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차이를 메우기 위해 미국 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개인들이 자유롭게 빚을 내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도록 하는 ‘신용 민주화’를 택했고 이는 결국 과도한 민간 부채와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탈리아 그리스 등 대륙의 복지국가들은 국가가 직접 해결해주는 방식을 택해 공공부채를 키웠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루비니 교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결국 경제위기를 초래해 다시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정 불안 등이 모두 가난과 높은 실업률, 경제적 기회 박탈 등에서 비롯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불평등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그리스는 이미 지급 불능 상태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 국채금리가 치솟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증세와 지출 축소 등 긴축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실패할 것”이라며 “(재정 통합 등을 통해) 위기 국가들의 지급 능력을 높인다고 해도 시장은 경제성장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긴축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을 회복하고 고용과 경제적 기회를 되살리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