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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세계경제 길을 잃다] '프랑스 쇼크' 이겨낸 한국 증시… 구원투수는 스마트머니(주가 하락시 발빠르게 매수에 나서는 자금)


[코스피만 독야청청 왜]
연기금 이어 보수적인 은행도 증시 구원군 나서 시장 안정
해외발 악성루머 바로잡히며 외국인 매도 전날의 4분의 1로

11일 한국 증시에는 '프렌치 쇼크(프랑스 충격)'가 들이닥쳤다. 전날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소문이 국제금융시장에 돌면서 뉴욕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큰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출발부터 크게 요동쳤다. 개장하자마자 4% 넘게 급락하며 1800선이 붕괴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는 안정을 되찾았다. 오전 11시쯤부터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1800선을 회복했고, 급기야는 전날 대비 0.6% 오르며 1817.4에 마감됐다. 이날 아시아에서는 일본대만홍콩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중국 상하이증시와 더불어 드물게 상승세를 보이며 '독야청청'했다.

 11일 우리나라 증시에선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0.62% 상승하는 등‘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는 루머 때문에 5% 이상 급락한 유럽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사진은 프랑스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거래 모습. /AFP 연합뉴스
대외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로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우리나라 증시가 이날 메가톤급 '프렌치 쇼크'를 거뜬히 이겨낸 비결은 대체 뭘까.

'어윤대 효과' 등 우군(友軍) 늘고

이날 여의도 증권가에선 하루 종일 "어윤대(KB금융지주 회장) 만세!"란 말이 메신저를 타고 빠르게 번져나가며 화제를 모았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KB국민은행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8년 만에 대규모 주식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5000억원의 투자자금을 지난 10일 다른 계열사인 KB자산운용에 맡겨 주식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MB맨인 어윤대 회장이 계열사 사장회의에서 "우리나라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며 주식 투자 의견을 물었고, 계열사 사장들이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데 공감해 주식 투자에 나서게 됐다는 후문이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부장은 "미국발 쇼크에 유독 한국만 이유없이 많이 흔들렸다는 인식이 번진 데다, 연기금뿐만 아니라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KB금융까지 증시에 구원군으로 나섰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시장이 평정심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증시 폭락 기간엔 주가하락을 투자기회로 판단한 스마트머니(똑똑한 돈)가 주식형 펀드로 1조원이 유입됐는데, 이를 실탄 삼아 자산운용사들도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방원석 한국밸류운용 펀드매니저는 "저가 매수를 노리고 펀드에 몰려온 자금이 많아 80%대이던 주식 비중을 90%대로 높였다"고 말했다.

급한 돈이 많이 빠져나갔고

전날 1조2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공포심을 자극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약 280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지만, 장 초반에는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기도 했다. 지난 이틀간 2조4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던 것에 비하면 매도세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사장은 "이달 초부터 주가가 계속 빠지면서 급한 돈들은 어느 정도 소화가 됐다"며 "외국인 매도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그 물량이 생각보다 적게 나오면서 시장이 한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완전히 한국 시장에 복귀해 주가를 V자형으로 급반등시키긴 어려울지 몰라도, 갑작스러운 쇼크는 일단락되었다는 설명이다. 역설적이지만 올 상반기(1~6월)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이미 펀드 환매(계약 해지)가 활발히 이뤄졌다는 것도 시장에는 긍정적이었다.

해외발 악재 주춤… 호재 등장

전날 미국·유럽 증시의 폭락세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신용등급을 강등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현재 프랑스 등급(AAA)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을 자극했던 소문들이 단순한 악성 루머였던 것으로 판명되면서 투자 심리가 많이 호전됐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0일(현지시각) 긴급 회동을 가졌다는 해외 뉴스도 투자심리 안정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뭔가 정책을 내놓진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공포감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