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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율거품 꺼지자 간판 기업 실적도 내리막

 

매출·영업익 눈에띄게 줄어… LG디스플레이 연속 영업적자
원·달러 환율 10원 내리면 삼성전자 영업익 年3000억↓
현대차는 그나마 선전, 1분기 영업익 8000억대

국내 간판기업들이 글로벌 3중 장벽(障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당 환율이 급락하면서 고환율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1차 장벽.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부진과 애플 등 경쟁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국내 간판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를 분석한 결과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LCD제조업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392억원을 입었다고 18일 밝혔다. 작년 1분기 5조8760억원 매출에 7890억원 영업이익의 실적을 낸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빠져든 듯한 느낌이다.

삼성전자는 4월 말쯤 전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스마트폰 갤럭시S의 후속모델인 갤럭시S 2를 한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한다. 사진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최지성 부회장, 윤부근 사장(왼쪽부터)이 자사 부스에서 3D TV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간판타자인 삼성전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4조4100억원, 2분기에는 5조100억원으로 2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지난 7일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은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한국의 간판 기업은 2009~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뽐냈다. 1년여 만에 상황이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환율요인이 우선 크다. 2009년 당시는 달러당 최고 1600원대까지 치솟는 '고환율' 상황이었다. 최근 달러당 1100원대를 간신히 웃도는 환율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의 실상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환율거품'이 빠지면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심지어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 방패 사라지자 기업 실적 악화

올 들어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LG전자도 1분기 매출 13조70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으로 가까스로 흑자 전환하는 데 만족해야 할 상황이다. 포스코도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해 작년보다 못한 분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달러당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한 것도 환율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나마 현대자동차는 선전하고 있다. 올 들어 고환율 효과가 거의 사라졌지만 올 1분기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량생산 구조로는 창의적 기업 못 키워"

공급과잉의 터널에 갇힌 경영 환경도 크게 작용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LG전자 TV 부문의 경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LCD TV 판매가 부진하면서 LCD 패널 가격까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42인치용 LCD TV 패널은 작년 4월 475달러에서 올해 4월 322달러로 30%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환율이나 경영 환경 등 외부 요인을 돌파할만한 확실한 경쟁력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IT 분야에서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는 모바일 분야도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태블릿PC에서의 애플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아이패드2를 출시해 한 달 만에 260만대를 판매했으며, 지난 2010년 4월 아이패드1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1760만대에 이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우리의 산업구조 속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