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환시 포커스] ‘왕복달리기’만은 피하자

필자는 우연히 네이버의 국어사전에서 ‘왕복달리기’에 대한 뜻을 찾아보고 포복절도 한 적이 있다.

“왕복달리기 = 외환딜러들이 쓰는 말로써 오전에도 수익을 건지지 못하고, 오후시장에서도 수익을 남기지 못해 손해만 본 잔뜩 힘들었던 날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통상 시장이 특정 범위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히는 경우, 딜러들이 범할 수 있는 오류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왕복달리기이다. 일중 고점 대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수 대응을 하고, 일중 저점 대에서는 반대로 추가 하락을 예상하며 매도로 대응하지만 결국 시장은 해당 고점과 저점의 박스권에 갇히는 장세를 연출하며 일중 환율의 상단과 하단에서 모두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데, 주니어딜러 뿐만 아니라 포지션트레이딩 또는 추세트레이딩을 하는 베테랑 딜러들에게도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다양한 종목을 통해 분산투자가 가능한 주식시장과 달리 단일종목(예 ; 원-달러 트레이더, G7통화 트레이더 등 특정 통화에 트레이딩을 집중하는 경우)에 딜링이 집중되는 외환시장에서 박스권 장세는 더욱 더 큰 영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 국제 환시는 현재 박스권 등락 중

지난 3월31일 1100원선이 하향 돌파된 이후 기세 좋게 내려오던 원-달러 환율이 1080선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1100원 돌파 이후 뚜렷한 지지레벨 찾기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급한 하락 속도에 대한 참여자들의 부담감이 작용하며 20원 단위의 지지레벨 형성에 일단 공감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세가 한풀 꺾이며 주식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일조했으나, 더 크게는 국제환시에서 보인 박스권 움직임이 주도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주간 달러 대비 엔화는 85엔 대를 고점으로 하락 반전한 2엔 범위대의 박스권으로, 달러 대비 유로 또한 ECB의 금리인상으로 1.45대로 상승한 이후 유로권국가들의 재정위기감이 대두되며 1.45대를 고점으로 1.43~1.45 범위의 박스권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박스권 탈피를 위한 모멘텀은

현재 국제 환시의 관심 중 하나는 과연 유로권의 재정위기감이라는 재료가 악재로서 힘을 계속 발휘할 것이냐는 것이다. 아직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기 힘든 미국에 비해 부각되고 있는 유럽 ECB의 금리인상이라는 호재와 유로 국가들의 재정위기라는 악재의 팽팽한 싸움 속에서 어느 쪽의 손이 들려지느냐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박스권 탈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달러 대비 원화시장은 1100원선 붕괴에 열을 올렸던 해외투자자들이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은행권의 포지션 트레이딩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해외투자자들에 비해 호흡이 다소 짧은 것으로 알려진 국내은행권이 주도권을 잡는 경우, 통상 장중 변동성은 확대되나 시간이 갈수록 박스권이 더욱 공고히 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할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다. 박스권 탈피의 신호나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큰 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왕복달리기’만은 피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