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벤(Ben)’이 돈을 찍어서 뿌리는 2차 ‘양적완화(量的緩和·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시행한 이후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불황을 막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은 2008년 12월부터 1조7000억달러를 푼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6000억달러를 추가로 찍어냈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이처럼 발권력을 가진 연준이 달러화를 찍어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자극, ‘반짝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버냉키의 주장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 경제를 장기 침체의 위험에 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양적완화 정책의 반대급부로 따라 오는 ‘인플레의 저주’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상황에서 실물 자산 가격은 필연적으로 급등한다. 인플레이션 때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물가상승을 투자수익률이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이나 원유, 농작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다.
◆ 인플레 대비 ‘사자’ 행렬… 금·은값 고공행진
실물 자산의 대표 격인 금값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15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6월물은 온스당 13.60달러(0.9%) 상승한 1486달러에 장을 마쳤다. 금값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 등급 중 최하위 등급으로 내린 뒤 사상 최고치인 1489.10달러까지 상승했었다.
인도 ICICI은행측은 “금값은 안전 자산으로서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물론, 유럽·중국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값도 온스당 42달러 이상에 거래되며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같은 날 은 5월물은 온스당 90.7센트(2.2%) 상승한 42.571달러를 기록했다. 은값은 4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 “지금은 실물 자산에 투자할 때”… 주식·채권은 NO!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금과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 투자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로저스 회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면 1970년대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는데, 당시 주식은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주식중개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단으로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현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주식과 채권이 아니라 실물 자산을 보유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티 미쳄 역시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비한 투자로는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이 좋다”며 “다만 다음에 뜰 원자재가 무엇일지를 찾기보다는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FT)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원자재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세스 마스터스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피해야 할 투자로 주식과 채권을 꼽았다.
◆ ‘3차 양적완화 정책 실시 여부’가 변수
실물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 ‘폴슨앤컴퍼니’의 존 폴슨 회장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면, 물가상승률이 향후 3~5년 사이에 두자릿수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에 따라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귀금속 전문 컨설팅사인 GFMS는 13일(현지시각) 발간한 ‘2011년 금값 전망’ 보고서에서 “금값이 연내 온스당 1500달러에 이어 16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평균 금값을 온스당 1426달러에서 1460달러로 올려 잡았다. 이 은행은 “내년에는 금 가격이 평균 16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지 여부는 변수로 남아 있다. 폴슨 회장은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면 낼수록 (금을 비롯한) 실물 자산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3차 양적완화 정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이 유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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