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금융회사가 밀집해 있는 홍콩 마천루 사이로 눈에 띄는 로고가 있다. 삼성과 LG의 대형 광고판이다. 이들 한국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처럼 홍콩 금융시장에서도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매년 3월 개최하는 아시아 투자 콘퍼런스(Asian Investment Conference)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다. 올해는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홍콩 콘라드호텔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4년째인 이번 행사는 270개 기업에서 2000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는 주요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아시아 주요 기업의 IR 담당자 등이 포함된다.
콘퍼런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중국이다. 이곳이 홍콩이라는 특수성을 떠나서라도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의 `메인 디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을 제하고 나면 그 다음은 한국이었다.
이는 현장에서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어느 나라 기업 주식이 가장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0%가 중국 본토에 상장된 A주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7%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인 H주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한국이 11%, 인도네시아가 10%의 응답을 얻었다. A주와 H주가 사실상 같은 중국기업 주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별로는 한국이 2등을 차지한 셈이다.
반면 가장 성과가 안 좋을 것으로 보는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인도가 26%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이 19%의 응답을 얻었다.
설문 조사 응답자 중 36%가 주식형 롱 펀드매니저, 16%가 헤지펀드 매니저, 15%는 그 외 투자자였고, 10%는 기업 관련 투자자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향후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크레디트스위스도 한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에서 한국, 러시아, 중국 순으로 추천했다.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 이머징마켓 스트래터지스트는 "한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은 수준이 아니며 적정 밸류에이션 대비 23% 디스카운트돼 있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다른 관심사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 아시아 거래소 간 통합, ETF(상장지수펀드) 등이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올해 위안화 절상 폭과 국제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위안화 국제화에 관한 특별 세션에는 많은 청중이 몰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산하 국제협력센터 차오 웬리안 센터장은 "향후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통화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국제화와 함께 위안화 표시채권인 `딤섬본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존 탄 중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홀세일뱅킹 대표는 "딤섬채권이 2010년에는 400억위안(61억달러) 이상 발행됐다"면서 "2015년까지 이 규모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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