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기일 치고는 큰 변동성 없이 시장이 끝났습니다. 종가 매도를 포함해서 1% 정도 하락했으니까요.
보통 만기 때 같았으면 이 정도는 굉장히 선방한 것이고, 이는 차월물 선물의 급등세 연출로 이어졌을
만도 한데 오늘은 조금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는 장중 흔들림 없이 이어졌고, 이는 오늘의 금리인상 및 만기일 청산이라는 이벤트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해석하는 바를 적어봅니다. 참고가 되시기를...
<역금융장세에 관해서>
금리 인상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5월에 더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왔더군요. 한은이 그동안 성장
code에 붙잡혀 있다가 물가폭등과 북아프리카/중동 사태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경제적 이유를 보고 결국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중동과 같은 시민폭동이 일어날까봐 중국, 북한, 사우디 같은 나라는 엄청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정부 및 권력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것 같습니다. 영화 동막골의 대사 중 "마이 미기야 돼"라는 촌장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절박한 문제이니까요.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한은 총재가 요 며칠 전례없던 표현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성장과 물가
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방점은 성장에 두고 있었는데, 최근 표현은 확연이 달라졌습니다. "물가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없다", "3,4월 물가도 어려울 것이다" 등. 이것은 한은총재의 얘기라기 보다는 권력의
의중으로 봐야 합니다. 어차피 총재는 권력에 code를 맞추어 왔으니까요. 앞으로 시행될 정책으로 확인
되겠지만, 금융환경은 계속해서 빡빡해 질 것이 분명합니다. 금리인상, 유동성 흡수, 규제강화 등이
뒤 따를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실의 엄청난 문제가 터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가계부실이 터지게 된다면 그리스, 포르투갈의 default와는 비교가 안 될 충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대마진 확대가 예상되는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좋을 수 많은 없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해외변수, 즉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미국에서 벌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그동안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었지만 며칠 사이에 유로존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지요. 이제까지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시간을 벌어 왔지만, 외국 신문을 보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직은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에 풀린 돈이 회수되고 있지 않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금융환경이 좋아질
만한 뉴스는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역실적장세에 관해서>
지난 글에서 기업의 실적부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만, 결국 대장주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및 계열
회사들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회사에서도 실적이 작년에 비해 안 좋을 것이라고
언급도 하였다고 하더군요. 실적 저하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전세계의 수요가 축소
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돈 풀어서 버텨왔는데, 집에서도 빚으로 생활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남의 돈이니까 우선 쓰고 보지만 결국 그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모든 소비는 갑자기
중단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가정이든 국가든 성실히 번 돈이 아닌 빚이나
돈 찍어서 연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IT주가 주가상승을 주도 할 것이라고 증권사, 방송 등에서 하나같이
얘기 하더군요. 이유는 IT주는 기름을 많이 쓰지 않으니까 유가와 크게 상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면, 기름 많이 쓰는 회사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비싼 기름 사서 물건 만들어 잘 팔리면 다행이지만, 그 회사 물건이 비싸져서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기름 안쓰는 삼성전자보다 더 못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유가급등으로 표면화되긴 하였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올 해의 fundamental은 작년에 비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 격언 중에 "고 PER에 사서 저 PER에 팔라" 는 얘기가 있습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turn
하는 시점에서는 기업 실적은 안 좋지만 주가는 향후 경기 호전을 선반영 하므로 그 때는 PER이
높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때가 매수시점이 됩니다. 기업의 실적이 주가를 따라 올라가게 되면 점차
PER은 낮아지게 되고, 경기 및 실적의 정점에서는 PER이 가장 낮은 수준이 됩니다. 실적은 여전히
좋지만 앞으로 안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해 PER이 낮게 형성되는 것이지요.
이 때가 매도 시점입니다. 경기 및 실적의 주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즉 10년, 5년, 1년, 6개월 cycle
중 어느 것을 볼 것인가는 투자자 각자의 선택입니다. 누구나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얘기하지만,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수개월 단기 전망에 따른다고 할 것입니다. 삼성전자 100만원 대 드립다 사
대다가도 80만원 대 패대기 치는 것이 투자자의 전망과 심리이니까요.
아무튼 아직도 돈이 넘쳐 나는 가운데 금융환경은 어려워지고 있고 기업실적 전망도 단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공부가 부족한 투자자는 쉬는 것이 좋은 투자이고, 나름대로 연구
를 하여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투자자라면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지날 수 있는
종목들로 portfolio를 슬림화해야 합니다. 유가, 금리, 환율의 3고현상이 1월에 시작되었고, 이는
거시경제 및 기업실적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결과가 반영될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린 바 있는데요, 일단 방향은 안 좋은 쪽으로 확인이 되는
분위기 입니다. 3월말 4월에 발표될 실적을 꼭 확인하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제는 상반기 실적을
확인하고 가자는 식으로 투자시점을 늦추어 가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성공투자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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