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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마켓레이더] 코스피 1900선은 시장의 과잉반응

중동 정세에 좌우되는 유가, 성장에서 분배로 한 걸음 옮긴 중국, 상반기 국채 만기 도래가 집중된 남유럽, 선진국과 신흥시장 간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들어간 외국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 등으로 주식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한편으로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반전,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고용시장 개선, 각국 제조업 지표의 호조, 2분기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처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호재와 악재가 주식시장에는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시장 불안의 중심에 서 있는 유가를 살펴보자. 유가 상승이 1분기 시차를 두고 기업의 영업이익에 반영된다고 가정하고 분석해 보면 유가가 1%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0.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아 유가의 고공 행진(배럴당 평균 110달러 가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11년 예상 기업 이익은 현재 수준에서 21% 하향 조정돼야 한다. 이익의 하향 조정으로 시장의 지속 가능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현재 13% 수준에서 12.5%로 떨어진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3%에서 3.5%까지 추가로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4.5%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하향 조정된 이익과 할인율 상승을 반영한 적정 코스피 수준은 1935선이다. 이는 1900선 초반의 코스피는 이미 중동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 염려의 극단치를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가는 적정 수준을 넘어 과잉 반응하는 속성이 있다. 시장의 과잉 반응은 매수와 매도 기회다. 1950선 이하는 최근 불안을 지나치게 반영한 과잉 반응으로 주식 매수의 좋은 기회다.

게다가 세계 아웃풋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을 고려한 유가의 적정 수준은 WTI 기준 배럴당 82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20달러 정도인 셈이다. 중동 지역의 극단적인 소요 사태가 리비아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확대될 것을 반영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펀더멘털을 넘어서 상승한 수준이다. 중동발 리스크 프리미엄이 해소되면서 유가가 정상화되면 코스피 적정 수준은 2400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 최고 펀드매니저인 존 템플턴 경은 "주식시장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시각은 투자자의 신념을 갉아먹고, 성공적인 투자를 향한 발걸음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에 있어 끊임없이 재평가하는 과정과 변화를 읽어 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과 같이 주식시장이 막연한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커질 때는 냉소적인 시각을 버리고 펀더멘털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비관 속에서 태어난 강세장은 회의 속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