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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중국이 가는 수출지향 길…내수 중심으로 전환 못한 일본이 갔던 위험한

결국 나라는 부유해져도 국민은 가난해진다

수출대국 중국과 소비대국 미국. 두 나라 간의 무역 불균형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폴트라인이다. 상황이 극단에 이를 경우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라잔 교수는 "중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셈이다.

라잔 교수는 "중국이 지금 가고 있는 수출지향적인 길은 일본이 이미 갔던 길이고 그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수출지향 정책을 고집하다가 고환율, 고임금, 노령화에 발목을 잡혀 내수중심 경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버블 시대를 거쳐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중국은 대표적인 수출지향 국가다.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가져가 해외 수출을 늘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외환보유액 세계 1위, GDP 규모 세계 2위라는 훈장을 달았다. 하지만 국내 경제는 심각하게 왜곡됐다. 임금과 예금금리가 낮으니 가계 소비는 커지지 않는다. 결국 해외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출이자가 낮기 때문에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택하기 쉽다. 그만큼 일자리는 덜 생긴다. 국영기업이 금리가 낮은 대출을 몰아간다. 민간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나라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해진다.

라잔 교수는 "중국은 세계의 수요에 의존하는 전략을 과감하게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더 늘리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도 중국의 수출을 무한정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내수 시장이 크다. 임금과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가계의 소득이 늘면서 국내 소비가 커질 수 있다. 위안화 가치를 높이면 수입품을 더 싼 값에, 더 많이 살 수 있다. 무역 불균형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이런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포용성(包容性) 성장을 앞세운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계획은 임금인상과 소비확대를 통해 내수중심 경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무역흑자 폭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라잔 교수는 이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보였다. 그는 중국의 '기득권 세력(vested interest)'을 걸림돌로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고용주들은 높은 임금을, 은행들은 높은 이자를, 기업들은 높은 세금을 싫어할 것이다. 중국이 이들을 넘어서 적절한 속도를 내며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잔 교수는 "중국을 설득하자"고 제안했다. 국제금융기구가 중국의 '생각하는 중산층(thinking middle class)'을 상대로 수출지향 정책을 버리고 내수중심 경제로 가도록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중산층이 중국 공산당과 지도부에 점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