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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월세 250만원 강남 상가면 충분할 줄 알았다” 흔들린 ‘노후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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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20

 

입력 2023.04.19. 14:24

 

작년 말 임원으로 퇴직한 58세 남성입니다. 재취업 자리는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이네요. 남 눈치 안 보고 가족과 편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는 강합니다. 퇴직에 대비해서 수년 전에 지인 소개로 강남에 70평짜리 상가를 매입했습니다. 매수 때부터 지금까지 임차인은 병원이고, 월세가 250만원씩 꼬박꼬박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 이자입니다. 저금리 땐 괜찮았는데, 이자가 비싸지고 월급마저 끊긴 상황이라서 매달 이자 218만원이 꽤 부담됩니다. 월세 받아서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는데 지금이라도 상가를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여유 자금으로 다른 상가를 하나 더 사서 월세 수입을 늘려야 할지 고민입니다.(상가가 노후 효자라고 믿고 싶은 50대 남성)

✅정보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부동산 전문위원이 답해드립니다

퇴직을 앞두고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사람들은 ‘상가 로망’을 품게 됩니다. 상가를 사서 노후에 월세를 받으면 월급 통장만큼 든든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거죠.

상가는 돈이 되는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경기에 민감해서 때론 골칫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상가를 골라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도 천차만별 달라지죠. 상가라는 자산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입니다. 주택은 지역이 같으면 가격 움직임도 비슷하고 가구별로 큰 차이도 없는 편이죠. 하지만 상가는 세분화·차별화되어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가게라고 해도 매매가도, 수익성도 전부 다릅니다.

요즘 상가 시장에는 돈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상가 매입은 대출을 많이 활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커집니다. 상담자 사연에 나오는 것처럼,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 실제 수익률이 급감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전망이 불확실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는 상가의 현재 가치(운영의 실질 수익) 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를 같이 진행해야 합니다. 즉 향후 금리가 안정되는 시점에 수익성이 회복될 것인지, 또 그 시점까지 대출 이자 부담과 공실 우려 등과 같은 불안 요인은 없는지 살피고, 물건이 위치해 있는 상권의 미래 전망도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 상가 시장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역대급으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거래가 된다고 해도 급매 위주로 낮은 가격에만 거래될 뿐입니다. 이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고, 지난 1월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자, 이제 상담자의 상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작년 기준 서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연평균 임대 수익률은 3.6%입니다(참고로 경기권은 4.3%). 강남은 서울 전체 평균보다 다소 낮아서 3% 정도입니다.

강남구 2층 상가를 10억원에 매입한 상담자는 현재 병원에 세를 주고 월세로 250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배제하더라도 연 3%의 수익률이 나오는데, 강남권 평균 수익률과 큰 차이는 없네요.

앞서 말씀드렸듯, 상가는 오늘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 또한 중요합니다. 상담자가 보유한 상가는 입지 여건과 상권이 우수해서 임차 수요가 풍부하고 공실 우려도 낮습니다.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상가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보유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 당장 ‘불꺼진 상가’도 아니고, 임차인이 월세를 체납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급변한 거시 환경 때문에 보유 실익이 다소 떨어졌을 뿐입니다. 상가 대출금이 커서 월 이자 상환액이 부담으로 느껴지긴 하겠지만, 조금씩 대출 잔액을 줄여 나가면 부담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을 겁니다.

금리 안정화 시점이 곧 오겠지만, 고통스러운 고금리 구간을 잘 버텨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보유 현금 5억원으로 신규 상가 투자를 하기 보다는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고민해 보시는 것을 제안합니다. 대출 5억원을 전액 다 갚을 필요는 없고, 절반 정도만 갚고 나머지는 남겨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퇴직을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고령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상가 투자법에 대해 조언드리겠습니다. 상가는 ‘수익형 부동산’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손실형 부동산’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퇴직자에겐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뼈아프니까요.

퇴직 후에는 급여가 끊기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사두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으로 상가를 매수하면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서 월세만 낮추면 세입자를 채워 공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가는 인구 감소, 온라인 확산 등으로 장사하는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 애먹을 수 있어요.

퇴직자가 알짜 상가를 고르는 최우선 원칙은 고수익이 아니라, 안정성과 지속성입니다. 지금처럼 고금리로 불안정해진 시장 환경이나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현금 흐름만 원활하다면 긴 터널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퇴직자가 상가에 투자할 땐 눈높이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서 화려해보이는 신도시 분양 상가보다는 이미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 있는 1층 상가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권이 형성된 이후에 진입해야 공실 공포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물론 1층은 2~3층 상가보다는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퇴직자에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임차인도 장기간 ‘앉아있는’ 업종, 가령 편의점이나 SSM(기업형 수퍼마켓), 은행 ATM, 병원·한의원·약국 같은 10년 안팎 장기 계약이 가능한 업종이 유리합니다.

또 노후 대비용 상가는 인근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위치여야 좋습니다. 택지 개발이 완료되어 더 이상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땅이 없는 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점점 오르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시기에는 대출을 많이 끼고 매수했다가 비싸게 매도하는 레버리지 전략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그런 투자 전략은 버려야 합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많이 해주지도 않겠지만, 지나치게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오히려 역레버리지(이자 부담이 수익보다 높아지는 것)가 생겨서 고생할 수 있습니다. 노후에는 현금 흐름이 좋은 상가가 효자라는 점,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