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올해 20兆나 쓸어담았다, 다시 움트는 채권의 시간
주식·예금 그 틈새의 ‘채권테크’
“불과 일주일 전 4.9%였던 공사채 수익률이 4.6%로 떨어졌네요.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주워담아야 할까요?”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싹 사라졌어요. 더블A(AA) 등급 캐피털채 중 6%대 넘는 게 꽤 보이던데, 2년간 묻어둘까 고민 중입니다.”
올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채권 개미’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10월 중순 이후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꺾인 데다, 채권 매매차익에도 과세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2년 유예되면서 각 증권사에는 채권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주가지수가 2200~24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혔고, 정기예금 금리도 당국 지도로 5% 밑으로 눌려 있어 채권을 투자 대안으로 꼽는 사람들이 늘어난 분위기다. 올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20조원을 돌파, 지난해의 4.5배를 넘어섰다.
◇짙어지는 침체 그림자… 안전 자산이 돌아온다
지난 10월 중순 4.632%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현재(23일 기준) 3.552%로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4.548%에서 3.623%로 뚝 떨어졌다. 5.736%까지 치솟았던 회사채(무보증 3년·AA-) 금리도 5.2%대로 하향 안정세다. 발행 금리가 6% 턱밑까지 치솟았던 한전채는 현재 4%대 초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10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끝내겠다는 신호를 줬고,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종 금리 3.5%가 적당하다”고 발언하면서 기준금리 고점을 가늠한 시장 금리가 먼저 변곡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10월까지 국내 채권에 무관심하던 국민연금이 11월 SK 회사채를 시작으로 채권시장에 돌아오면서 수요를 확 빨아당기고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면 기관들이 거래를 마감하고 발행이나 입찰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기관들이 채권금리 고점을 잡으러 나서면서 꽤 활발했던 편”이라고 전했다.
발 빠른 채권 개미들은 금리 높고 만기가 긴 채권이나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금을 묻기 시작했다. 장기채에 투자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쓸어담으면서 최근 두 달 새 수익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도 1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 회사채도 비과세 혜택
레고랜드 사태 이후 살얼음판이던 채권시장 한파가 살짝 풀리면서 회사채와 일부 캐피털채도 매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여전채의 경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 자산 건전성 우려에도 회사채 대비 지나치게 확대된 스프레드(금리 차) 매력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PF 우려가 상존하는 캐피털채까지 선별적으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부동산 시장 침체의 깊이를 알 수가 없는 만큼, 캐피털채의 경우 부동산 금융 비중이 낮고 대주주 지원 여력이 뒷받침되는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채 순 발행량은 올해(104조8000억원) 대비 40조원 이상 줄어든 61조5000억원 안팎이다. 당장 내년 1분기 순 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올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팬데믹 대응으로 이례적으로 폭증했던 정부 지출을 정상화하면서 국채 공급 물량이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내 자금시장에 부담을 줬던 한전채 발행 물량도 올해(29조원) 대비 3분의 1 수준인 10조원 안팎까지 줄어드는 등 올해 내내 눌려 있던 회사채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부터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회사채에 투자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관투자자 중심인 회사채 시장에 개인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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