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굴리는 스타 PB “책상에선 돈되는 기업 못찾는다”
연봉 24억 서재영 NH증권 상무, 그의 하루를 쫓아가보니…
“(투자를) 잠깐 쉬시죠. 현금화해서 들고 계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주가가 평균 30%, 집값은 수억원씩 떨어지는 ‘투자 빙하기’에 추위를 타는 고객들의 문의에 대부분의 PB(프라이빗뱅커)들은 이런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20년 넘게 최고 PB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서재영(59)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다른 말을 꺼냈다. “투자에 타이밍이란 없어요.” 그는 더 바쁘다고 했다. 저평가된 기업, 돈줄이 막혀 투자 못하는 알짜 기업들이 널려 있다고 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로 시작, 한셋투자자문 펀드매니저와 메릴린치증권 PB를 거쳐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 PB로 활동하는 그는 조(兆) 단위 고객 자금을 굴리고 있다. 단기 투자처에 들어 있는 액티브 자금만 5000억원이 넘어, 웬만한 중소 규모 자산운용사보다 훨씬 ‘큰손’이다.
2020년 연봉은 13억4000만원, 지난해는 24억원을 넘겼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보다 연봉이 높다. 업계 PB들도 궁금해하는 서 상무의 하루를 쫓아가 봤다.
◇”사무실에선 안 보입니다. 현장 가면 보입니다”
오전 5시 반 중랑구 상봉동 집에서 출발한 서 상무는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의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8시에 책상에 앉았다. 직원 3명과 시장 분석을 시작했다. “ 공모주 괜찮아?” “기관 경쟁률 1500대1 나왔어요” “기관 1000대1이면 무조건 들어가. 500대1이면 안 돼. 고객들 연락 돌려. △△는 어제 14% 급등했네. 본전 찾은 분들 일단 파시라고 연락해줘.”
오전 9시에 사무실을 떠나 첫 번째 고객을 만나러 강남구 도곡동으로 출발했다. 한 중견기업의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했다. 이 회사 대주주는 서 상무에게 자산관리를 맡긴 고객이고, 서 상무는 이 회사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다. 점심은 삼성동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중견 제약사 오너와 했다. 오랜 고객인데 17년째 매달 한 번 점심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그 뒤 성수동의 한 제화업체 오너를 만나 투자 중인 비상장사 주식의 수익률을 점검하고, 새로 투자할 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음에는 인공지능 기반 부동산 관리 서비스 스타트업 대표와 만났다. 여러 곳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은 회사인데, 서 상무도 신탁상품을 꾸려 이 회사에 투자할지 검토 중이다.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었다. 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 대표와 만나 저녁을 먹었다. 이날 일정은 모두 서울이었지만, 지방을 다니는 날도 많다고 했다. 발품 덕분에 당근마켓, 직방, 에이블리 등 비상장 기업 투자에서 대박을 냈다고 했다.
서 상무는 자신의 투자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앉아서 고객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조건 현장에 갑니다. 그래야 보입니다”
◇”삼성전자 말고, 성장하는 곳에 투자하세요”
서 상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5945명.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선 투자자와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요즘 고객들에게 삼성전자 팔고 다른 성장성 높은 곳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삼성전자 매출이 300조인데, 여기서 얼마나 더 늘어날까요? 훨씬 성장성 높은 새로운 산업이 많은데, 왜 삼성전자에 투자합니까.” 두 배, 세 배 성장하는 산업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가상 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웹 3.0 관련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가상 화폐와 NFT(대체불가토큰)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어쨌든 시장은 커질 것이고 이 중에 양질의 회사를 골라내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내년에 환갑 맞아요. 근데 나이 얘기는 왜 합니까. 20대 웹3.0 스타트업 대표들하고 소주 마시면서 사업 얘기할 수 있으면 늘 현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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