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켈리 최(한국명 최금례·53)는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못 가게 되자, 16세 때 혼자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낮에는 봉제공장을 다니며 돈을 벌었고, 밤에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했다.
라면 한봉지로 일주일을 버티며 열심히 산 최씨는 ‘패션 디자이너’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그리고 프랑스로 넘어갔다. 파리의 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켈리 최는 2010년 친구와 함께 광고회사를 차렸다가 쫄딱 망했다. 빚만 10억원. 그때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공을 바꿔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딴 ‘켈리 델리’(KellyDeli). 초밥 판매를 시작으로 현재는 유럽·남미 12개국, 1200개 푸드 매장을 두고 있다. 연매출만 6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2020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매년 뽑는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자산 3억8900만 파운드(약 6200억원)로 영국 부자 345위.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354위)보다 높은 순위다.
유럽을 평정한 켈리 최가 한국 2030세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유튜브 채널 ‘김짠부 재테크’에 등장했다.
2010년 사업 실패로 10억원의 빚을 진 켈리 최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부자가 된 사람 1000명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는 “부자가 된 사람들의 특성 7개 정도를 뽑아서 내게 대입을 했다. 그 사람들한테 배운 걸 내게 써먹어서 5년 만에 100년 이루고도 못 이룰 부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켈리 최는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첫 번째는 꿈이 명확하다. 단순히 ‘부자가 될 거야’라는 게 아니라, 정확해야 한다. 100억짜리 부자가 될 거야, 10억짜리 부자가 될 거야, 이걸 딱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자들은 항상 데드라인을 정한다. 명확한 숫자를 언제까지 이루겠다는 게 있다. 마지막으로 부자들은 행동을 한다. ‘액션 플랜’ 세개를 적는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내가 할 일을 적는 거다”라고 말했다.
2030세대가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을 통한 종잣돈부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 많은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20%는 자기가 번 돈이고 80%는 그 돈을 굴린 돈이다. 투자도 중요하지만 노동으로 번 게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꼭 노동을 겸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치우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워라밸을 해야 하는 건 맞는데, 오후 6시 칼퇴근 하고 저녁에는 즐기겠다는 사람들은 영원히 노동에서 못 벗어 난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50대, 60대, 70대 때도 돈이 많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어 “나는 내 인생에서 갈 수 있는 최고치를 찍어보겠다고 생각하고, 5년을 잡았다. 이때 취미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났다. 5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지금은 세계여행 중이다. 이렇게 하면 실력 향상이 빠르게 돼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켈리 최는 모험적인 투자는 금물이라고 했다. 그는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똑똑하게 생각해서 장기전으로 내가 성장하겠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장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도전하라. 또 실패하면서 배우고. 그러면서 성공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지출과 투자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켈리 최는 “나도 돈이 없을 때 명품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게 내 자존감을 채워주고, 나인 줄 알았다. 명품, 옷 등을 사는 건 지출이다. 그런데 만약에 ‘컴퓨터를 사면 이건 나한테 도움이 될까?’ 이런 건 투자다.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투자를 잘하면 시간이 세이브 되고 더 잘할 수 있다. 20대는 특히 경험적 투자와 내가 성장하는 투자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켈리 최는 돈을 벌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대까지는 학교 공부로 세상을 배운다. 20대는 돈을 벌어가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취직하기 위해 사이트 검색하고 공부하는데 몇 달을 쓰지 않냐. 그런데 지금 할 수 있는 돈벌이를 하면서 하는 게 좋다. 청소부, 편의점 알바, 쿠팡 배달 알바도 좋다. 돈 벌면서 돈 버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여공→ 6000억 자산가' 그녀에게 돈은…"잘 흘려보내는 것"
'켈리 델리'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켈리 최. [사진 켈리 최]
전화 인터뷰를 앞두고 켈리 최(53)는 푸른 바다 사진을 보내왔다. “남태평양 지도에서 점으로도 안 보이는 작은 섬들 사이를 요트 여행 중”이라고 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매년 5월 ‘리치 리스트(Rich List)’를 발표한다. 켈리 최는 지난해 345위에 올랐다. 자산은 3억8900만 파운드(약 6200억원). 2019년보다 8200만 파운드 늘어, 데이비드ㆍ빅토리아 베컴 부부(354위)보다도 앞섰다. 250위까지만 공개된 올해 리스트에서는 빠졌다.
2010년 스시로 출발한 회사 ‘켈리 델리’의 설립자로, 지금은 6개 푸드 브랜드를 유럽ㆍ남미 12개국, 1200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고 연매출은 5400억원이다.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의 시골에서 두 형제를 영양실조로 잃었던 켈리 최가 스시 제국(empire)을 이뤘다”고 했다.
전북 정읍 태생인 켈리 최는 “8남매 중 둘이 영양실조로 숨졌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못 가게 되자 서울로 곧장 왔고 봉제 공장에 취직해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극도로 가난했다가, 부족함 없이 부유해진 그에게 인터뷰에서 물었다. 그에게 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에게 돈이 중요하다는 걸 열여섯에 처음 알았다.” 그는 고등학교 보낼 돈도 없이 왜 자신을 태어나게 했을까라는 원망을 하며 서울의 공장에 취직했다. 친구로 지낸 여공이 갑자기 사고로 사망한 데 충격을 받아 공장에서도 나왔다. “라면 한봉지로 일주일을 보내며 ‘저렇게 큰 빌딩과 좋은 집이 있고, 그 주인들도 눈코입 똑같이 달려있는데 왜 나만’이라며 괴로웠다. 저런 빌딩을 가지기 위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뒤 무작정 일본으로, 또 이어 프랑스로 떠났다. 고학으로 패션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전시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국 빚만 남았다. 세계 경제가 휘청였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 빚 10억원이 남은 후에 파리의 센 강을 내려다보며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돈은 나를 죄짓게 한 존재였다 직원들 월급은 겨우 주고, 협력업체에는 돈을 못 줬다. 돈이 없어 피해를 줬다.”
실패한 사업에서 교훈을 얻은 데다가 성공한 사람 1000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때 스시가 눈에 들어와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까르푸’에 입점했고, 일본 스시 장인인 야마모토 구니오에게 삼고초려 끝에 자문 승낙을 받으며 성공 물살을 탔다. “나를 위해 돈을 벌려 했을 때는 실패했다. 그런데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성공이 가까이 오더라.” 체인의 가맹점주, 고객, 입점한 업체까지 ‘윈윈(win-win)’을 가장 큰 모토로 삼으며 사업은 더 잘됐다.
켈리 최를 소개한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지난해 기사. 왼쪽은 스시 장인 야마모토 구니오. [홈페이지 캡처]
억만장자에 가까워진 지금 그에게 돈은 뭘까.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세고 쓸 시간도 없었다. 영국 345위라고 해서 계산해보니 죽을 때까지 쓸 수가 없었다. 고여있지 않도록, 잘 흘려보내야 한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지구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어떻게 잘 쓸까 이제 관건이다.”
그는 “부자라고 행복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돈 달라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시달릴 수 있다. 또 떼돈 번 사람도 죽고 나면 빚이 더 많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의 행복은 다른 곳에 있다. “남편, 열 살 딸과 아침을 만들어 먹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시 가난해져도 일어설 수 있으리란 확신을 준다.”
지금 하는 요트 여행은 무동력. “태양열을 쓰고, 바닷물을 끌어올려 정제해 쓴다. 비슷한 배들이 가까이 오면 금방 친구가 된다.” 회삿돈 출장에서는 이코노미 항공권을 이용한다. “흥청망청하면 행복하지 않다. 또 너무 많은 돈은 필요하지도 않다.”
그는 최근 저서『웰씽킹』(다산북스)에서 부를 끌어당기는 마음 자세를 정리했다. ‘목표는 무조건 원대해야 한다’ ‘성공한 나의 모습을 매일 5분씩 시각화하라’ 등이다. “배운 방법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놓고 가고 싶다. 인간은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려 태어났다. 조금이라도 놓고 가야지, 가지고 가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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