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시장 개입" 美 환율보고서..왜 나왔나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식적으로는 시장결정 환율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지난 2008년에는 원화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강하게 개입했으나, 2009년 초부터는 원화 환율 절상속도를 줄이기 위해 원화를 팔고 외화를 사는 식으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한국 당국의 개입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미 재무부는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규모가 2009년 이후 2년동안 외환보유액 증가 규모 8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2월 2020억달러였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이달 7일 현재 2960억달러로 증가한 것이 상당부분 외환시장 개입의 결과물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시각인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원화가치가 금융위기 이전 2007년의 최고점보다 24% 저평가됐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실효환율에 비춰봐도 원화가치가 5~20% 낮게 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입 추정치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 2009년과 2010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는 각각 26조6000억원과 33조4000억원으로, 도합 60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외화 외평채 발행한도 60억달러와 20억달러를 포함시켜도 외환시장 개입 재원은 70조원을 넘지 않는다.
재정부 관계자도 “우리 정부와 정책 협의도 하지 않은 미국 재무부가 무슨 기준으로 그런 추정치를 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채권소득 과세와 은행세 도입, 선물환 거래 한도 축소 등 3단계 외환유출입억제책에 대해서도 “외화 유입에 대해 선제적이면서 예방적이라고 서술하는 대책들(a number of steps that they describe as preemptive and precautionary against excessive capital flows)”이라고 표현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최근의 외화유출입 억제 방안에 대해 원화 절상폭을 줄이기 위한 규제라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의 환율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인플레 압력을 대응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환율 유연성을 키우고 시장 개입을 덜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사실상 한국의 원화 환율 절상폭이 커져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심중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게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일상적인 외환시장 미세조정에 나서는 한국에 대해 곱지않은 표현으로 서술해왔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비슷한 외환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만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에 그쳤다.
당국은 이번 보고서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으로 하락 압력을 넣었다는 것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데 실패한 미 재무부가 한국을 비판함으로써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런 표현들을 썼다는 인식도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을 직접 조작국으로 지정하기 부담스러우니까 한국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발표 예정이었던 환율 보고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결정하지 못해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 4일에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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