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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美 재무부 "韓 환율 통제 축소해야"

-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밝혀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안해

미국 재무부가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환율 통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회복과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반등을 고려할 때,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고 개입을 줄일 여력이 있다"며 "환율 통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0월 발표 예정이었던 환율 보고서는 계속 미뤄지다가 이날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국제 경제와 환율 동향이 반영됐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올 1월 상황도 참고됐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미 재무부는 교역국 중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지만, "환율 유연성 확대가 필요한 국가가 중국만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일부 국가들이 환율 절상을 피하기 위해 자본 통제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정 국가로 한국을 거론했다.

재무부는 한국 원화 가치가 지난해 달러화 대비 3.6% 절상됐지만, 무역 가중치를 반영한 실질 실효 환율을 적용할 경우 0.8%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말 원화 가치는 지난 2007년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24%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고 빠른 속도로 절상돼야 하지만, 중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재무부는 중국이 지난해 6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3.7% 절상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 가치는 6% 가량 올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이 달러화 뿐 아니라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로도 명목적인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위안화 가치 절상을 용인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 불충분하다"며 "빠른 속도로 절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는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며 "(환율 절하는) 다른 국가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재무부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고, 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나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미래의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는 위안화 저평가로 중국 수출업체들이 글로벌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까지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52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재무부의 결정에 일부 의원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며 "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의회에서 관련 입법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 의회에서는 위안화 절상 압박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훼손을 우려해 환율 조작국 지정을 기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쿄-미쓰비시 UFJ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양국 무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지정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경제 회복을 위해 중국의 수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미 재무부는 지난 1988년 이후로 1년에 두번 씩 환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재무부는 환율을 조작한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직접 대화를 요청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시정을 추진한다. 중국은 지난 1994년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