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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日 최대 철강사 新日鐵, 스미토모와 합병 세계 2위로

日 최대 철강사 新日鐵, 스미토모와 합병 세계 2위로… 전자·車 등 日 기업 '거대 합병' 신호탄

입력 : 2011.02.06 02:57 / 수정 : 2011.02.06 04:05

"파나소닉·소니 TV만 합쳐도 삼성전자 뛰어넘을 수 있어"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이하 신일철)이 지난 3일 스미토모(住友)금속과 합병을 선언했다. 합병 목표는 2012년 10월이다. 합병에 성공할 경우 신일철은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세계 2위(조강생산량 기준) 철강사로 부상한다.

신일철은 1970년대부터 30년 이상 세계 최대 철강사 위치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의 포스코,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아르셀로·미탈,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철강사에 밀리면서 6위로 내려앉았다.

합병을 통해 '왕위 탈환' 노려

일본의 국내 조강생산은 2007년 1억2000만t에서 작년 1억t으로 줄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철강을 사용하는 일본의 자동차·건설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된 결과다. 일본의 고로(高爐·용광로) 철강사는 5곳. 인구 감소로 시장은 줄어드는데 업체만 많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힘이 분산되면서 국제시장에서 일본 철강산업 전체의 원료 구매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합병을 "축소되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합병을 통해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반대로 세계 전체의 조강생산은 작년 사상 최대(14억t)를 기록했다.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신일철은 합병 발표문에서 '글로벌'이란 단어를 7번 사용했다.

일본 기업 거대 합병의 신호탄?

신일철의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강판·전기강판·표면처리 등 철강의 핵심 기술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일철이 덩치까지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면 국제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 합병의 현실적인 장애물은 일본의 독점금지법이다. 두 회사의 조강생산은 국내 생산의 40%에 달한다. 이번 합병은 일본 정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 점유율이 높아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으면 합병을 승인할 수 있도록 심사 지침이 개정됐다"며 "이번 합병도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합병이 일본 기업 거대 합병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전자산업도 "국내 시장은 줄어드는데 업체만 많아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TV업체 6곳 중 파나소닉과 소니만 통합해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 거대 합병이 일본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신일철과 30년 제휴, 포스코엔 유리

신일철은 포스코 지분을 5.04%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신일철 지분 3.5%를 보유 중이다. 이런 지분 제휴를 바탕으로 두 회사는 소재 교환, 원자재 공동 구매 협상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미토모금속과의 합병으로 신일철의 구매력이 강화되면 제휴를 맺고 있는 포스코의 경쟁력도 함께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김민수 선임연구원도 "철강업체의 거대 합병이 국제시장에서 철강 가격의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사에도 나쁜 뉴스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