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1 11:05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투자가 불발됐습니다. 다음 번에 또 연락드릴게요.”
서울 반포에 사는 김모씨(48)는 사모펀드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매번 투자가 쉽지 않다. 조건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상품은 나오기 무섭게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산관리계좌(CMA)에 3억원을 넣어놓고 두 달 넘게 대기 중인데, 들어갈 만한 상품을 잡지 못했다”며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자금이 다 찼다고 해서 늘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뜨겁다. 시중에 넘치는 돈이 사모펀드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사모펀드 수요가 늘자 증권사들도 사모펀드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가능할 뿐 1억원 이하 소액투자의 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제도는 갖춰졌는데 현실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있다.
사모펀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나 1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고 있는 고액 투자자 49명 이하가 모여 만드는 펀드다.
◆ 자꾸만 몰리는 돈…사모펀드 전성시대
공모펀드 시장은 쪼그라드는데 사모펀드로만 자꾸 자금이 몰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모펀드로 19조4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 상반기 사모펀드 순자산액은 275조1000억원으로 11개월 연속 공모펀드 규모를 웃돌았다.
사모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는 이유는 시중자금은 많은데 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기자금이 머무는 곳인 머니마켓펀드(MMF)로는 올 상반기에 5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갈 곳을 잃은 돈은 많은데 저금리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1% 수준이다. 조세훈 이룸투자자문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위험(리스크)을 감수하며 수익을 내는 쪽으로 선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전략적으로 사모펀드 투자 대상 고객층을 넓게 잡은 것도 사모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 매매 수수료를 통한 브로커리지 수익에만 의존하다가 종합자산관리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면서 생긴 변화다. 한 증권사 영업점 관계자는 “과거엔 투자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투자자들에게만 사모펀드를 소개했지만, 요즘엔 상품군이 늘면서 투자자산이 1억~2억원 정도인 투자자들에게도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 열풍에도 소식없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출시
사모펀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소액 투자자에게 사모펀드 투자란 ‘그림의 떡’이다. 사모펀드 재간접 공모펀드 출시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사모펀드 재간접 공모펀드는 소액 투자자에게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허용한 상품이다. 올해 5월 초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상품 출시와 판매의 길은 열렸지만, 이제껏 단 한번도 출시된 적이 없다.
이는 상품 설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제품구조나 수익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공모펀드 상품설명서에는 투자할 사모펀드의 정보를 상세하게 기입하게 돼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할 사모펀드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투자할 사모펀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모펀드는 분산투자 원칙인 20%룰(투자 대상 하나에 최대 20%의 자산을 넣을 수 있음)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5개의 사모펀드를 미리 투자대상으로 정해야 하는데, 공모펀드와 엮이기를 원치 않는 사모펀드가 더 많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재간접 공모펀드와 연결돼봤자 정보 공개 등 귀찮은 일만 늘어나기 때문에 아예 엮이는 걸 꺼린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1231.html#csidx0349c28bdcd2019afecb662728ebe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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