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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치솟던 원貨 환율 갑자기 뚝… 1달러 1180원이 1차 지지선

입력 : 2016.03.16 03:06

[3大 외부 요인에 원화가치 상승]

中정부 위안화 안정 노력으로 동조화 보이는 원화도 동반 절상
유럽銀 추가 양적완화 단행으로 위험 자산 선호 현상 나타나
산유국 원유 생산 동결 합의 후 국제유가 상승, 달러 약세 반전

최근 달러당 124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최근 급반락하며 1180원대로 떨어졌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187.7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5일(1238.8원)과 비교하면 4%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한때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설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던 환율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초 수준(1월 4일 1187.7원)으로 되돌아갔다.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최근 원화 가치 상승을 이끄는 요인은 중국 위안화 환율과 동조 현상 및 위안화 가치 상승, 유럽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에 따른 글로벌 증시 호전,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달러화 약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원화 가치 상승을 이끄는 3대 외부 요인

최근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안정 노력으로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도 동반 절상됐다.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다른 나라 대비 가장 큰 25%로 위안화와 원화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지난 14일까지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0.8로 원·엔의 -0.7과 대조를 보였다. '상관관계 1'은 두 요소가 정확히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고 -1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원, 달러 환율 그래프

3월 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1% 절상되는 동안, 원화는 달러 대비 4% 가치가 올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13일(이하 현지 시각) "앞으로 변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위안화 흐름은 정상과 이성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하이의 외환 딜러 입을 빌려 인민은행이 대형 상업 은행들을 동원해 최근 거의 매일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최근 위안화 강세는 중국 단기 정책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둘째 요인은 유럽 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 완화 단행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과 그에 따른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다. 신흥국 통화인 한국의 원화는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ECB는 지난 10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이 ECB에 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를 -0.3%에서 -0.4%로 0.1%포인트 더 낮추기로 결정했다. 실물경제에 돈이 돌 수 있도록 비금융 기업을 선별해 4년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TLTRO)도 6월부터 재가동키로 했다. ECB의 결정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1.4%)·중국(2.0%)·영국(2.3%)·일본(1.6%) 등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셋째,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원유 생산 동결에 합의한 이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원유 가격이 오름세다. 감산 합의가 전해진 다음 날 뉴욕 시장에서 국제 유가(WTI 현물)는 배럴당 38.5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 연중 최저치(26.2달러)보다 47%(12.3달러)나 급등한 것이다.

◇"원화 강세 지속 여부 불투명" 신중론

외환 딜러들은 달러당 1180원 선이 1차 지지선이 되면서 치열한 매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선이 무너지면 환율은 1150원 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옵션팀장은 "최근 외환시장은 해외 투자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며 "원화 강세를 이끄는 환경이 지속되면 3개월 내에 116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회복된 게 아닌 이상 원화 가치 상승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 심리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낮출 거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이 1·2월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8%·12.2% 감소한 데다 내수마저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4일 "글로벌 경기가 앞으로 1년 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종전 20%에서 3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15~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가 나아졌다고 단언하기까지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며 "원화 강세의 추세 반전으로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