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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7년만에 7배로… 재테크 왕좌 노리는 ETF

 

 








7년만에 7배로… 재테크 왕좌 노리는 ETF

입력 : 2015.10.29 03:04

[시중자금 빨아들이는'블랙홀']

거래비용, 펀드 6분의 1로 싼데다 증시서 실시간 사고 팔 수있어 편리
개인연금 등 편입케 규제풀리면 2020년엔 50조로 급성장 예상
"투자전 ETF 내용 자세히 살펴야"

직장인 이혜정(39)씨는 올 초 갖고 있던 펀드를 모두 처분하고 코스피200지수와 인도 센섹스지수에 연동하는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상품을 샀다. 지수가 오르면 팔았다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되사면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ETF는 펀드와 달리 바로바로 사고팔 수 있는데다, 수수료나 운용보수 같은 거래비용도 펀드 대비 무척 싸기 때문에 이득"이라고 말했다.

1%대 초저금리 시대, 단순한 거래방법과 값싼 수수료를 앞세운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ETF는 코스피, 코스피200 같은 특정 지수의 등락이나 금(金)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된 투자상품이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종목처럼 주(株) 단위로 실시간 매매 주문을 낼 수 있는데, 1주를 사는 것만으로도 펀드가 추종하는 특정 지수 전(全) 종목을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 들어 국내 시장에서 하루 평균 7000억원꼴로 매매가 일어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13%를 차지하는 등 ETF 순자산(펀드 설정액에 운용수익을 합친 평가금액) 규모가 21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2020년이면 이 규모가 50조원으로 커져 전체 주식형펀드(현재 5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의 공룡, ETF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주식형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순자산 2조8600억원)다. 그런데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200ETF는 4조9600억원으로 이보다 1.7배 크다. 이 회사가 8월 출시한 코덱스(KODEX)코스피ETF에는 두 달 만에 1000억원의 돈이 몰리는 등 ETF가 시중 투자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 ETF 판매 규모 그래프
1992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ETF는 2002년 한국에 상륙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엔 10~20% 수익률은 거뜬히 내주는 펀드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주가지수가 오르는 정도의 수익률도 괜찮다는 보수적인 투자자가 늘면서 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년 3조4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ETF 시장은 2012년 14조7000억원, 지난해 19조7000억원에서 올해는 10월 현재 22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인기는 나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9월 기준 세계 ETF시장 규모는 약 2조7780억달러(3147조원). 지난해 ETF 시장으로 새로 투자된 돈이 4010억달러(454조원)에 달한다.

특히 시중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ETF의 싼 거래비용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반 펀드의 거래비용(수수료+운용보수)이 투자원금 대비 1.7% 수준이라면, 판매수수료가 없는 ETF는 평균 0.3% 수준으로 6분의 1밖에 안 된다. 주식 수익률이 두 자릿수대였던 땐 1%가 넘는 펀드 수수료도 괜찮았지만, 5% 수익 내기도 어려운 요즘 같은 땐 ETF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장에서 실시간 사고팔 수 있는 높은 접근성과 쉬운 투자방법, 예측 가능한 수익률 등 장점이 합쳐지면서 ETF가 자본시장에서 싼값과 균일한 품질, 무난함을 내세워 성공한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같은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ETF 시장의 37%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마크 위드만 ETF부문 대표는 "별다른 장벽 없이 주식을 사듯 해당 국가 시장에 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높은 접근성이 ETF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개인·퇴직연금 ETF규제 풀려… 5년 내 50조원 시장

정부도 ETF로 몰리는 돈의 물줄기를 더욱 터줄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ETF 시장 발전 방안'을 내놓고, 내년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ETF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형 ETF에 투자할 경우 평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을 방침이다. 연금의 ETF 투자가 자율화되면 현재 22조원 수준인 국내 ETF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문경석 패시브전략본부장은 “ETF 상품을 여럿 조합해 분산 투자 효과를 내는 재간접 펀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자문가)와 결합한 상품이 앞으로 투자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TF는 전문가가 상황에 따라 종목별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펀드와 달리 철저히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해당 ETF가 추종하는 지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윤주영 ETF 본부장은 “ETF 투자자들은 지역별, 섹터별 투자 비중과 보유 종목 내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코스피, 코스피200지수 등 특정 지수의 등락에 따라 같은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된 투자상품.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종목처럼 투자자가 주(株) 단위로 실시간 매매 주문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