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24 03:07
[출혈 감수하고 저가 경쟁]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보수·수수료 잇따라 내려
국내서도 ETF시장 커지며 수수료 0.07%까지 떨어져
일반 펀드 시장 보수도 8년 새 절반 아래로
지난 10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대표 상품인 '아이셰어 코어 S&P ETF' 등 7종류 펀드의 연간 보수를 종전 0.07%에서 0.03%로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 최대 인터넷 전문금융사인 찰스슈워브도 경쟁 상품인 'US 대형주 ETF' 보수를 0.04%에서 0.03%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연(年) 보수 0.03%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수천조원을 굴리는 대형 운용사들이 저가 보수 경쟁에 나선 것은, 세계 2위 운용사 뱅가드가 최근 ETF 상품의 평균 보수를 평균 0.05%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저금리 현상으로 단 1bp(0.01%)의 비용도 아깝다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보수(fee·키워드 참조) 내리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격전지는 ETF(상장주식펀드) 시장이다. 금융사들이 각고의 노력을 쏟아도 갈수록 수익률 격차를 벌리기 어려워지자, 비용이라도 깎아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저가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0.01% 보수 전쟁
ETF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인덱스(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한 번 구조를 짜면 운용하는 데 큰돈이 들지 않는다. 상품 구성 비용을 낮추려고 갈수록 많은 금융사가 ETF를 활용하다 보니, 올해 ETF 시장 규모는 2조8000억달러(324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전체 운용 자산에서 ETF 구성 비중을 25% 수준까지 높여 잡을 정도다.
FT·WSJ·로이터 등은 블랙록·뱅가드·찰스슈워브의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앞으로 전체 업계에 보수 및 수수료 내리기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찰스슈워브가 팔고 있는 '수수료 공짜' ETF인 '원소스 ETF'는 최근 1년 새 설정액이 9% 늘어난 154억달러(17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국내에서도 이미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연간 2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국내 판매 ETF의 평균 수수료가 0.25%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다. 판매액 1위인 '삼성 코덱스200ETF' 수수료는 0.26%, 2위 '미래에셋 타이거200ETF' 수수료는 0.09%이고, 그 뒤를 쫓는 KB자산의 'K스타 200ETF' 수수료는 단 0.07%까지 내려갔다. 펀드 규모가 1조원일 때 수수료가 0.07%이면 고작 7억원을 버는 셈인데, 7억원조차 온전히 운용사의 몫이 아니라 판매수탁 은행 등과 나눠야 해서, 인건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무보수 수준'이다.
◇국내 펀드 보수도 8년 새 절반 이하로
ETF발(發) 저가 경쟁은 일반 펀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모펀드의 연평균 보수를 집계해 보니, 펀드 설정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엔 1.72%였던 것이 최근에는 0.69%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운용 보수가 각각 절반 수준으로 깎였고, 외부 회계감사 비용 같은 '기타 보수'까지 마른 수건 쥐어짜듯 비용을 감축한 결과다. 인터넷에서 펀드를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수퍼마켓이 등장해 보수 끌어내리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조차 비용 절약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일 만큼, 저금리 상황에서 수수료와 보수가 얼마나 싼지가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자산운용 시장은 이제 '고(高)수익-고(高)수수료' 아니면 '박리다매' 두 가지 전략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fee)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데 대한 노력의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 펀드 자산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정기적으로 부과된다.
☞수수료(commission)
투자자가 펀드를 살 때 판매에 대한 일을 맡아 처리해준 데 대한 대가로 판매사에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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