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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Weekly BIZ] "내년 세계경제 더 암울… 美증시 상반기에 20%정도 하락할수도"

입력 : 2012.12.28 13:34

세계적 투자 전략가 '닥터 둠' 마크 파버 회장의 2013년 경제 전망
美 양적완화는 '미친 짓'_달러 찍어서 경기부양
소비자 구매력 낮춰 금융시스템 붕괴할수도
중국 경제는?_내년에도 성장 정체될 듯
저평가가 된 中 증시 4개월간 20% 오를수도
한국 주식시장 전망_싸지도 비싸지도 않아
채권 금리 3%대라면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

"연말 증시 상승은 반짝 랠리에 불과하다. 2013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해 증시도 표류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인 마크 파버(Faber·66)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홍콩에서 최근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2013년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더 암울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1987년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등을 예측해 '닥터 둠(doom·죽음)'으로 불린다. 미국 금융 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파버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22.8%에 달한다"며 그를 '2012년 최고 투자가(the king of the Barron's Roundtable Pundits)'로 꼽았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었고 중국의 성장 둔화도 가속될 것입니다. 앞으로 4~6개월간 미국 증시가 올해 최고점보다 20% 정도 하락하고 낮은 수준의 등락이 반복될 것입니다."

파버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약칭 연준·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미친 짓"이라고 표현하며 "돈을 무한정 찍어냄으로써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대다수 소비자의 구매력을 낮춰 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3년 또는 10년 안에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강력 반대하는 '반(反)케인스주의자'를 자처하는 마크 파버는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대중의 구매력을 약화시 켜 경제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2013년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100%다"고 말했다. / 블룸버그
"미국 경제 회복은 주택 가격 상승뿐… 양극화 더 심해질 것"

―미국 재정절벽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떻게 예상하나?

재정절벽 협상은 잘 마무리될 것이지만 회계장부에 살짝 화장(化粧)하는 정도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일시적으로 5년 정도 세금을 올리고, 정부 지출은 100년에 걸쳐 찔끔찔끔 줄일 것이다. 이미 16조달러에 달하는 정부 부채는 계속 늘어난다. 국채(國債)를 찍어내며 빚을 유지할 것이므로 재정절벽 협상 자체는 중요 이슈가 아니다."

―연준이 양적완화라는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는데 효과는?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경제는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같은 자본 지출로 성장하는 것이지, 돈을 찍어내고 소비를 부추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풀린 돈이 흘러들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일부 자산 가격이 올라 소수 부자는 돈을 벌겠으나 일반 대중은 통화 가치 하락과 구매력 저하로 더 가난해지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실질임금 상승률은 1940년대 이래 가장 낮다."

―양적완화는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 즉 '부(富)의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 주택 경기 회복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다.

"불에 가솔린을 부으면 순간적으로 불꽃이 튀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미국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주택 가격의 약간 상승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산업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 버블이 주택 버블을 만들었고 2008년에 그게 터졌는데 다시 버블을 만들고 있다. 부의 불균형,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미국이 셰일가스·오일 개발 등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혁신'이 일어나면 다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지만 2020년쯤 중동국가 수준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는 급락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 자급 가능성에 베팅한다면 달러를 사고, 엔화는 팔아라. 하지만 미국 경제가 그 덕분에 살아날 경우,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긴급 회수되면서 대다수 자산 가격은 급락하고 엉망이 될 것이다."

―총 자산의 25%를 금(金)에 투자하는 금 예찬론자인데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금을 단순한 상품(commodity)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은 통화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오히려 지폐보다 가치가 더 있다. 금은 찍어낼 수 없기에 예금보다 훨씬 낫다."

―금 가격이 너무 오른 것은 아닌가?

"온스당 1700달러 안팎(12월 24일 기준 1660달러)인데,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금이 훨씬 유리하다. 1980년대 금값은 온스당 400달러였는데, 당시 통화 가치로 환산해 따져보면 그때보다 지금 금값이 더 싸다. 다만, 금을 인덱스 펀드 같은 계좌로 투자하지 말고 실물에 투자하라. 금융 시스템은 믿을 게 못 된다."

―금융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주장은 너무 극단적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인터넷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금융기관이 유동성 부족으로 결제가 불가능해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고, 사이버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면 자산 가치는 반토막 날것이다. 그때 가격 조정기는 좋은 투자 타이밍이다."

"중국 경제, 성장 정체돼도 증시는 오를 것"

―유로존 붕괴 가능성은?

"정치인들이 유로존 유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붕괴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심지어 프랑스까지도 유로존에 남아있으면 자체적인 통화 정책을 쓸 수 없어 경제가 지속 불가능하다. 향후 3~5년은 간신히 유지해도 장기적으로는 무너질 것이다."

―내년 중국 경제 전망은 어떤가?

"성장이 정체될 것이다. 올해 중국 정부가 7%대 성장률을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고 고작 4%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한다. 중국은 인프라 건설 같은 정부 지출로 경기를 부양해왔는데, 설비 투자가 과도해 시설이 남아돌고 있다. 부동산 버블도 미해결 상태이고 수출도 정체돼 있다. 내년 성장도 정체될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을 전망한다면?

"중국 경제가 나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한국 경제성장은 정체될 것이다. 한국 증시는 크게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그러나 채권 금리가 3%대라면, 채권보다 주식이 매력적이다."

―당신은 경제가 나빠도 돈을 버는데 비법이 무엇인가?

"변동성을 이용하고, 모두가 비관적일 때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정크 본드(쓰레기 채권) 수준 국가인 그리스도 올해 하반기에만 증시가 65% 정도 올랐다. 중국 증시의 주식은 많이 저평가돼 있어 향후 4개월간 20% 정도 오를 수 있다. 단, 회계가 불투명한 중국 본토 주식보다 홍콩에 상장된 H주가 낫다. 일본도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와 증시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5~7% 정도의 배당을 주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주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크 파버(Marc Faber)는

출생
1946년 스위스

학력
: 취리히 대학 경제학 박사

경력: 투자은행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 xel Burnham Lambert) 전무, 현 투자 정보지 ‘글룸붐앤둠(Gloom Boom&Doom)’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