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없는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뉴욕에서 만난 운용역들은 한결같이 "유동성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고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동성(流動性)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뜻하는 말. 즉 유동성 있는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바로 팔고
빠져나올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금융위기 당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형주에 투자했지만 막상 제때 팔 수 없어 독이 됐단 걸
몸소 체험해 봤기 때문이다.
잃지 않는 투자의 기본은 효과적인 손절매. 굳이 손절매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잡는 건
유능한 펀드 매니저의 제 1조건이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월가 매니저들의 기본 인식이 됐다.
◆ "첫째도 유동성, 둘째도
유동성"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면 소형주보다는 아무래도 대형주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다. 대형주는 물량이 많아
사기도 쉽고, 팔기도 쉽다. 선물이나 옵션시장의 거래도 많아 헤지(위험회피성 투자)도 용이하다. 헤지용으로 찾은 옵션이 혹 고평가돼 있기라도
하면 추가 수익은 덤이다.
월가의 한 IB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가 빨리 털어낼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라며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려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게 맞지만 이래서는 리스크 관리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 월가 금융맨들이 보기에 한국 증시는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팔고 싶을 때
제 때 뺄 수 있는 종목이 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시각도 부담이다. 이런 그들에게 그나마 코스피200선물은
굉장히 유용한 상품이다. 거래량이 많아 활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는 "포트폴리오에 한국 종목은 되도록
넣지 않는다"며 "대신 유동성이 좋은 코스피200 선물을 아시아 시장 헤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채권도 유동성이 먼저
유동성이 좋은 투자대상을 물색하는 것은 채권도 마찬가지다. 투자했던 회사채나 모기지증권 등이
부도위험에 처했을 경우 이를 빨리 처분해야 하는데 시중에 물량이 적으면 이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블랙록에서 채권 리스크 관리를
맡고 있는 양태원 상무는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몸소 체험했다.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신호가 나와 급히 팔려고 하니 받아주는
상대방이 없었던 것이다.
양 상무는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커졌을 때는 시장 유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유동성이 없는
자산의 경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아예 트레이딩 대상에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 유동성, 금융선진국의
척도
월가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향후 금융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 대륙에서는
이미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간 격차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증시에는 이미 멕시코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인근 국가들의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이나 ETF(상장지수펀드) 상품들을 접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 위험을 감수해가며 해당국 시장에 직접
들어갈 것이 아니라 미국에 상장된 유사종목에 투자해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사례다. 한국
인접거리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금융허브 국가들이 있다. 또 일본은 한국과 거래시간이 같다. 자칫하면 국내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유동성이
적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월가의 한 IB 트레이더는 "같은 시간대에 거래되는 대체증권을
사는 것만으로도 해당 주식을 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며 "한국의 경우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이 대체시장이 될 수 있으며
중국도 잠재적 경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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