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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 5년뒤 사우디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된다"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 - 셰일오일 추출공법 발달로 석유생산 年7~10%씩 늘어
앞으로 중동산 석유 90%는 아시아 국가서 소비하게 돼… 中, 중동 개입 가능성 커져

미국이 5년 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세로 볼 때 2017년 하루 1110만 배럴 생산으로 사우디의 1060만 배럴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석유 순(純)수출국 지위를 2030년까지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었던 미국이 최대 생산국으로 돌아서면 중동·아시아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美 '1위 산유국'의 명과 암

미국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비(非)전통적 원유'로 불리는 셰일(shale·퇴적암)오일이다. 미국에선 지난 몇 년간 수평시추(매장 층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은 뒤 수평으로 접근)와 수압파쇄(암석에 물·모래·화학약품을 고압 분사해 분쇄) 등 최신공법의 발달과 유전(油田) 개발로 석유 생산이 매년 7~10%씩 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 고(高)유가와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와 정유업계가 '에너지 자립(自立)'을 외쳐온 덕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이미 국내 원유 수요의 83%를 자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대국 지위는 석유업체 외의 미국인들에겐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지난해 60여년 만에 수출이 수입을 앞서는 순수출국이 됐다. 세계 1·2차대전 특수로 1940년대 말부터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석유 수입·소비도 팽창했다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내수 부진으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 교역 흑자는 본격적인 '저(低)성장 시대'를 상징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또 멕시코 만 연안의 석유 생산 증가에도 국내 유통 시스템 미비로 인구 밀집지역인 동부의 소비자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이 중동 정세 좌우할 수도

과거 10년간 미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는 '중동 대변혁에 따른 대처방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 자급률이 높아지면 이런 자원안보를 축으로 유지했던 대(對)중동 정책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 경제가 급성장하는 중국이 왕성하게 석유를 소비하면서 산유국이 몰린 중동 정세에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개입할 수도 있다. IEA의 리처드 존스 사무차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동산 석유의 90%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쏠릴 것"이라며 "중국이 차지할 원유를 보호하기 위해 미 해군 5함대가 페르시아 만에 계속 주둔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독일·일본을 필두로 한 탈(脫)원전 바람까지 더해져 지구촌의 석유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이 때문에 2020년 이후에도 중동 산유국에 대한 의존은 여전할 것이며, 국제유가도 현재 배럴당 108달러에서 2035년쯤엔 125달러까지 올라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