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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법대 나와 억대매출 사장된 20대 얼짱女


"지금도 소 한마리 잡는 건 일도 아니에요. 대학시절 4년 내내 소고기를 잘라 파는 일을 하면서 판매량 전국 1등도 해봤는 걸요. 그때부터 제가 사업에 소질이 있다는 확신이 든 거에요." 

가장 성공한 여성의류 쇼핑몰 중 하나인 `해피벌스데이`의 이경은(23) 대표는 30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장사 수완은 주말마다 대형 마트에서 고기를 팔며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춥고 어렵던 시절의 깨달음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이경은 대표는 건국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괴짜` CEO다. 그는 부모님과 늦둥이 동생 도훈(5)군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소녀 가장`이기도 하다. 168㎝의 키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쇼핑몰 대표이자 사이트에 올리는 모든 제품 사진에 등장하는 모델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해피벌스데이(www.happy-birthday.co.kr)는 20~3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의류 쇼핑몰이다. 지난 4월에 오픈한 이 사이트는 "가격은 싸고 품질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 기간에 월 1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사이트로 성장했다. 독점 판매상품인 `이자벨 코트`는 1달만에 300여장이 완판되면서 멋쟁이 여성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나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 

▲ 소고기 팔아 학비 벌어…`꿈을 발견하다` 

이 대표는 고 2때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중학교 때부터 계속해 온 미술 공부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갑작스레 학과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만 했던 그는 밤낮없이 공부에 매달린 끝에 건국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가정 형편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과 대표를 맡았던 그는 재학 기간 내내 1년에 3명에게만 주어지는 성적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지만 늘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고심하던 이 대표는 주말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고기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타고난 말솜씨와 쾌활한 성격 덕분에 이 대표는 소고기 판매 부문에서 전국 판매량 1등을 차지할 만큼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처음에는 `젊은 아가씨가 이런 데서 뭐하고 있어?`라는 핀잔도 많이 들었죠. 나중엔 고기가 너무 잘 팔려서 마트에서 정식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할 정도였어요" 

일과 공부로 정신없던 이 대표의 유일한 취미는 온라인 쇼핑으로 저렴하면서도 멋진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이 대표의 남다른 옷차림을 보고 "어디서 샀는지 가르쳐 달라"며 패션 감각을 부러워 했다. 이 때부터 그는 한때 미술을 공부했던 자신이 진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이 대표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따로 사법시험이나 법무사 준비까지 하긴 힘들었다"며 "재능있는 분야에서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 과로 끝에 희귀병 얻어…사업·치료 병행 

지난 2009년 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우선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유명하던 모 의류 쇼핑몰에 입사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쉴틈없이 일한 그는 단 1년만에 쇼핑몰에서 사장 다음 가는 직위에 오를만큼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어느날 출근길을 서두르던 이 대표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에 실려 간 그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흔치 않은 병을 얻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영화배우 감우성 등이 앓고 있는 이 병은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체중감소, 두통, 발작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칼로리가 소모돼요. 약물 치료를 하지 않으면 뼈만 남게 되는 병이에요." 

당장 치료를 위해 휴식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느새 집안의 가장이 돼 버린 그였기에 일을 아예 놓을 순 없었다. 고심하던 이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앞에 런닝 머신을 두고 일과 치료를 병행하는 `악바리` 정신으로 해피벌스데이를 인기 쇼핑몰로 키워냈다. 

이 대표는 "쇼핑몰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라며 "다른 사이트에서는 반품·환불이 어려운 품목들도 가능하면 모두 고객의 요청대로 처리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당장 약간의 이익을 얻기 보다는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비슷한 제품들로 경쟁하는 쇼핑몰 업계에서 살아남는 비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향후 2년 안에 `해피벌스데이`의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해 한국의 `샤넬`, `프라다`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버나드 쇼가 자신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라고 쓴 거 아세요? 가끔 또래 친구들처럼 연애도 하고 클럽도 가고 싶지만 지금은 제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한 번 도전한 이상 제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