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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시장 빵집의 반란 ‘이지바이(Easy Buy)’…500원 초저가 빵으로 제과업계에 충격

이지바이 주방에선 기술자들이 즉석에서 반죽한 후 구워낸다.

강남 중산층이 대거 밀집한 서울 잠원동 아파트 단지. 동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상가(신사쇼핑센터) 1층, 한 빵가게 앞에 사람들이 쉼 없이 들락거린다. 유명 브랜드인가 싶어 간판을 보니 이지바이(Easy Buy)란 생소한 이름이다.

매장 안을 들어가니 협소하기 이를 데 없다. 고작 33㎡(10평) 남짓한 공간에 절반 이상은 주방이 차지하고 나머지 자리엔 빵 수십 종이 좌판 형태로 놓여 있다. 앉을 자리도 없고 어른 3명만 들어가면 가게 밖으로 나와야 될 만큼 비좁다. 인테리어도 평범하다. 재래시장 내 빵집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베이커리라는 말도 안 쓰고 옛날처럼 매장 안팎에 빵이라고 써 놓았다.

브랜드도 낯설고, 인테리어도 별로인 평범한 빵가게지만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지바이 바로 옆에 위치한 파리바게뜨가 매출을 걱정할 정도다. 지난 10월 4일 오픈한 이지바이 잠원점의 월평균 매출은 1억원이 넘었다.

이지바이는 잠원점만 있지 않다. 서울 수도권에 50개 점포를 갖춘 어엿한 베이커리 체인이다. 지난해 12월 ‘㈜이지바이’라는 법인을 설립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오픈 한 달 만에 월매출 1억원 돌파

동네 빵집과 다를 바 없는 무명의 이지바이가 급성장한 배경은 ‘500원 빵’ 덕분이다. 초저가 베이커리 전문점을 내세운 이지바이의 빵 가격은 500원부터다. 가장 비싼 빵이 3000원이고 대부분 500~1000원이면 산다. 가짓수도 20~30가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곰보빵(소보로), 팥빵, 도넛 등이 주력이다. 제과점에 으레 있는 케이크나 과자는 없고 오로지 빵뿐이다.

매일 이지바이를 찾는다는 주부 김소연 씨(가명·32)는 “요즘 아이 과자 하나를 사는 데 1000원이 넘는데, 좋아하는 빵이 500원이다 보니 먹고 싶을 때마다 매일 소량으로 사서 먹는다”고 말했다.

50대 주부인 신숙자 씨도 “주로 먹는 빵이 다른 제과점의 거의 반값 수준인 데다 즉석에서 바로 구워 나오기 때문에 맛도 좋다”고 덧붙였다.

소위 ‘1000원에 3개’ 식으로 파는 박리다매형 제과점은 요즘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형 브랜드 베이커리에 밀려 간신히 시장통 안에서 연명하는 실정이다.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이지바이가 살아남은 비결은 ‘싼 시장 빵은 맛없다’는 선입관을 깼기 때문이다.

이지바이는 매장 내 상주하는 제빵 기술자가 있어 즉석에서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굽는다.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 판매대에 내놓기 때문에 손님들은 따끈한 빵을 맛볼 수 있다. 여타 베이커리 브랜드는 본사에서 이미 반죽된 생지를 받아 매장에서 굽는다. 요즘 생지 숙성기술과 유통이 발달해 즉석에서 반죽하는 빵과 맛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즉석’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다르다.

이지바이는 오픈 키친 방식을 채택, 주방 안이 훤히 보이게 해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도 준다. 마치 수타 짜장면집에서 면 뽑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이곳에서도 제빵 기술자들이 손수 생지를 반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존 동네 제과점 주방은 밀폐되고 어두침침해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각 매장 내 상주하는 제빵 기술자도 평균 4명에 이른다. 과거 제과 기술자 한 명이 독자적으로 빵가게를 운영했던 방식과 달리 본사에서 직접 인력을 파견한다. 잠원점만 해도 16.5㎡(5평) 남짓한 주방 안에 5~6명의 제과 기술자들이 쉴 새 없이 빵을 만든다. 주방 인원이 많다 보니 판매량에 따라 그때그때 반죽해 빵을 내놓는다. 덕분에 빵맛이 좋아지고 재고 부담도 없다. 가짓수를 30개 이내로 한정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주방 인원이 많은 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을까. 신경태 이지바이 경영관리본부장은 “숙련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명당 8시간 기준으로 250만원을 준다. 대형 베이커리에선 12~13시간씩 일하고 월 300만~350만원씩 준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단축해 인건비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포장도 낱개로 하지 않고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았다.

이지바이 전체 직원은 270여명이고 이 가운데 제빵 기술자만 160명에 이른다. 매장당 평균 4명이 2교대로 8시간씩 일한다. 이지바이 대표이사는 의정부에서 30년 동안 개인 빵가게를 운영해온 신종범 씨(49)다. 오랫동안 제빵업계에 종사 한 그는 2009년부터 주변 제빵 기술자들을 불러 목동에 1호점을 냈다. 갈수록 빵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빵 기술자 중심의 체인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직원 중 상당수는 과거 동네 제과점을 운영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케이스가 많다고 귀띔했다. 현재 50개 매장 가운데 5개만 개인 프랜차이즈이고 나머지는 직영과 본사 위탁 형태로 관리된다. 신경태 본부장은 “사업 특성상 인건비가 많이 드는 구조지만 박리다매인 데다 재고 부담이 없기 때문에 월 영업이익률은 매출의 8~15%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초저가 이지바이가 기존 베이커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지바이는 전략적으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 유명 베이커리 옆에 매장을 낸다. 점차 고급화하는 이들 매장과 달리 철저히 서민 콘셉트에 맞춰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공략대상도 장바구니 경제에 민감한 주부다. 매장 오픈 시 증정품으로 영양란(달걀)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경태 본부장은 “케이크나 제과류, 샌드위치, 커피 등을 살 때는 기존 대형 제과점을 찾기 때문에 철저히 배제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단일 제품을 500~1000원 이하로 판매하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브랜드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크림빵·곰보빵·단팥빵 등 기본 빵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에 따라 최소 300~500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대형 베이커리, 시장점유율 약 50%

현재 국내 상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뚜레쥬르(CJ푸드빌), 크라운베이커리, 신라명과 등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47.5%에 달한다.

이들 4사의 매출은 2009년 1조4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7947억원으로 23.7% 늘어났다. 한편, 국내 제빵시장은 지난해 3조77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양산업체(샤니-삼립, 기린, 서울식품)가 7798억원(점유율 20.7%),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1조7947억원(점유율 47.5%), 이 밖에 개인 베이커리, 인스토어 베이커리를 포함한 베이커리업체가 1조2000억원(점유율 31.8%)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지바이 경쟁자로 인스토어 베이커리가 떠오른다. 인스토어 베이커리는 대형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내에 숍인숍으로 들어선 제과점을 말한다. 이들은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즉석에서 만들기 때문에 이지바이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스토어 베이커리는 2009년 이후 재래시장과 기존 동네 슈퍼들의 반발로 점포당 매출액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 이지바이 5가지 틈새 포인트
싼 가격 : 주력제품 가격 500~1000원(가장 비싼 제품 3000원)
선택과 집중 : 가짓수 30가지 이내로 줄이고 제빵에 주력
오픈 키친 방식 적용 : 즉석제품 이미지 강조, 위생 상태 개선
재고 부담 없음 : 판매량에 따라 수시로 매장에서 반죽해 구움
부대비용 절약 : 홈페이지 안 만들고 낱개 포장 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