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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증시는 `컴퓨터 전쟁터` 로 변한다

올해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15조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같다. 연방정부의 올해 지출은 3조6000억달러, 수입은 2조3000억달러로 1조3000억달러 적자가 될 것이라 한다. 도대체 이 수치들이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어림셈으로 가늠해보자. 다양한 미국 국채의 평균 이자율은 연 1.5% 근처라 한다. 이자부담만 연방정부 1년 수입의 10% 가까이 되는 셈이다. 적자폭과 부채의 크기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부채는 9.5% 늘어났다. 반면 세수는 고작 미국 경제성장률인 2~3% 정도 늘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7년 반 후 부채는 지금의 2배인 30조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미 경제의 평균 성장률을 2.5%로 잡으면 7년 반 후 GDP는 20% 정도 커진다. 그러면 GDP 대비 부채는 170% 가까이 되고, 이것은 현재 사실상 부도상태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율(160%)보다 높다.

어림셈은 투자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8배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인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해당 종목에 투자해 연 12%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10년 후 시가총액은 현재의 3.1배가 돼야 한다. 순익이 연평균 30%의 기하급수로 성장하면 10년 후 PER 9배, PBR 2배가 된다. 현실적으로 드문 고성장을 전제로 해야 가능한 주가수준임을 어림셈으로 알 수 있다.

어림셈은 리스크 관리에도 유용하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한 번의 투자로 재산의 2% 이상은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4종목에 분산 투자한 사람이라면 8%를, 10종목에 분산 투자한 사람이라면 20%를 손절매선으로 정하면 된다.

최근 몇 년간 컴퓨터 중심의 투자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경우 2006년에 전체 주식 거래의 3분의 1이 알고리즘 트레이딩이었는데 이 비율은 3년 만인 2009년 4분의 3으로 급증했다. 컴퓨터를 통한 투자는 컴퓨터 지원형과 컴퓨터 주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컴퓨터 지원형은 컴퓨터가 가장 잘하는 통계, 계산, 분석을 컴퓨터로 하고, 전략은 사람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존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반면, 컴퓨터 주도형은 전략까지 컴퓨터가 찾는 방식이다. 사람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전략들을 찾아낼 수 있다. 앞으로는 이 컴퓨터 주도형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다.

한편 실력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믿는 투자자들도 있다. 효율적시장가설에 그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유용한 투자수단은 인덱스펀드다. 충분한 수의 종목을 골고루 사서 시장수익률과 같이 움직이도록 한다.

시장은 앞으로 크게 인덱스펀드, 사람 중심의 투자, 컴퓨터 지원형, 컴퓨터 주도형이 혼재하게 될 것이다. 2015년께면 선진시장의 알고리즘 트레이딩 비율이 90% 정도 될 것이다. 거래의 90% 이상이 기계에 의해 일어나는 시장은 더 이상 사람들의 전쟁터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감정을 가진 사람이 불리한 시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애초에 계획한 10주가 지났다. 마지막 칼럼을 쓰면서 아쉬운 점도 많다.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난이도에 관한 필자와 편집진의 의견 차이로 전하지 못한 메시지도 있고, 필자의 표현력 한계로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독자들에게 지난 10주간 확률적, 수리적 마인드의 중요성과 계량투자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면 만족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a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