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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월드포커스] 고개 숙인 헤지펀드들

굴지의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유럽 재정위기에 고개를 숙였다. 단기 이익을 올리기 위해 숙련된 트레이더로 꾸려진 헤지펀드들이 올해 유례 없이 나쁜 성적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헤지펀드리서치(HFR)를 인용해 올들어 11월까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낸 수익률이 마이너스 4.3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최근 7개월 중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낸 결과다.

지난 20년을 통틀어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삭 내려앉았던 2008년을 제외하고 제일 나쁜 성적표였다. 2008년에는 리먼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인 4분기에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올해는 1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폴슨앤코(Paulson&Co)와 하이브릿지(Highbridge)를 비롯해 영국계인 랜즈다운(Lansdowne)과 오데이(Odey)는 지난 8·9월의 두자릿수 손실율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도이치은행의 배리 보사노 자산운용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금융시장은 극과 극을 오갔다”며 “이런 변동성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온전한 결정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수익을 거둔 곳도 물론 있다. 자유자재 투자 전략을 구사한 택티컬의 트레이더들은 비교적 나은 수익을 거뒀고, 유럽 최대 헤지펀드인 브레반 하워드도 올해 13%의 수익률을 냈다.

브레반 하워드가 수익을 낸 비결도 아이러니하다. 지난 8월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후에도 예상과 달리 미국 국채금리가 내리면서 미국 국채에 도박을 걸었던 브레반 하워드 실적도 올라간 것이다. 브레반 하워드가 운용하는 브릿지워터도 26%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수익을 내기 위해 위험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던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투자 행태도 바뀌고 있다. 연말을 맞아 손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지금은 큰 돈을 내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작아지고 민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