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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뉴스 TALK] 롤러코스터 증시에 맹활약하는 '혼혈개미' 등장

여의도 증권가에는 '개미(개인 투자자)는 무조건 깨진다'라는 속설(俗說)이 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자본력과 정보력이 뒤지는 개미는 주가가 오를 때 매수하고 내릴 때 파는 '뒷북 투자'를 거듭해 늘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였다가 반등할 때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빠릿빠릿한 개미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미=총알받이'라는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파괴한 이른바 '혼혈개미'의 등장입니다. '혼혈'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는 개인 투자자 특유의 스피드에 기관·외국인투자자의 지략이 섞였다는 뜻입니다.

혼혈개미 군단은 해외 변수에 따라 코스피가 급등락을 되풀이하는 박스권 장세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코스닥과 같은 중소형주가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 대형 종목들을 주로 매수한 다음 반등기에 매도하는 전략도 예전 개미 군단과의 뚜렷한 차이점입니다.

대형 보험사의 A과장은 코스피지수가 3% 이상 급락한 지난 4일 LG화학 등 대형주를 사들였습니다. 이날 A과장처럼 주가 급락을 기회로 삼은 개인 매수 자금은 6500억원이 넘었습니다. 다음날(5일) 코스피지수가 추가 급락해 1700선이 무너지자, A과장은 뚝심 있게 물타기를 하면서 매수 단가를 낮췄습니다. A과장의 투자법은 코스피지수가 3% 가까이 반등한 6일, 지난 이틀간 매수했던 주식을 전량 팔아치우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A과장은 "이번에 파도를 잘 탄 덕분에 사흘 새 100만원 이상 벌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박스권 매매를 주도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김진호 삼성증권 과장은 "금융위기 직후 우량주를 매수해 수익을 올렸던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조급해하지 않고, 발 빠른 매매 감각을 갖춰 실속을 챙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혼혈개미 군단의 선전(善戰)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부장은 "지금까지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혼혈개미들의 저점 매수·고점 매도의 전략이 족집게처럼 잘 통했다"면서 "하지만 증시가 박스권을 이탈하게 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