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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환시포커스] Chaos in Order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Flight to flat’을 방패 삼아 일주일 간의 휴가를 다녀와 맞이한 것은 신용평가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된 미국의 신용등급소식이었다. 

지난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 우려로서 적은 부분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된 것에 대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은 당혹스러움이었다. 

2008년 리먼사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위험자산들은 빠르게 매도된 반면, 안전자산으로 돈이 급속히 몰리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이러한 시장 심리는 특히 위험자산의 대표격인 주식시장에서 극에 달했는데,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지난 2주간 7.2% 폭락했으며,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15.9%나 폭락하며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호주달러화가 9.7% 하락한 것으로 제외하고는, 원화 -2.3%(원화 대비 달러화 환율 상승), 스위스 프랑 및 유로화 각 -1.0%에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자국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각국 정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치더라도 2008년도의 리먼사태 이후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외환시장에서도 급격히 무너지는 부문이 있긴 했다. 스왑시장에서는 위기 발생시 통상 외화유동성과 연계되는 스왑마진 및 스왑베이시스가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는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위기에 대해 쏟아내는 평은 엇갈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민간 발 문제가 아닌 정부 발 문제라는 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부정적 전망부터 ‘불과 3주전에 비해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급격히 달라진 게 과연 무엇인가? 그때와 달리 금융기관들이 안정되어 있고 특히 민간의 현금보유 비중이 높아 각국의 정치 공조 노력으로 해결될 것이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597원이라는 엄청난 고환율을 경험했던 서울외환시장은 과연 어떨까?

당시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외환보유고 규모, 10%이상 감소한 은행부문 외채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달라진 외국인들의 투자행태 등에서 그 해답을 찾고 싶다.

첫째는, 지난 2주간 약 5조원 가까운 규모의 한국주식을 매도한 외국인들이 반대로 약 2조원 규모의 한국 국채를 매수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묻지마 코리아 매도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세를 고려해 국내 주식을 팔기는 했지만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은 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는 한국 채권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단기적인 변동성 장세가 그치고 난 후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기존의 하략추세(원화강세 추세)로 재빨리 복귀할 수도 있다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는 여전히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물가상승률로, 지난 11일 금통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위기와 관계없이 정부의 경제운용 방점은 물가안정에 여전히 찍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지난주의 시장을 보면서 다소 무질서해 보이며 날아가는 기러기떼 한 무리가 떠올랐다. 리더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무질서하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큰 틀의 자발적인 질서가 숨겨져 있다.

예상보다 빠른 신용등급 강등과 이어지는 유로권 국가들의 연이은 재정위기감으로 3년만의 최악의 혼돈을 겪고 있으나 기러기 떼의 숨은 질서처럼 시장도 결국 기존의 큰 틀(추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Chaos in Order’를 염두에 두고 시장을 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