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지난주는 2008년 같았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지난 5일(현지시각) 강등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쳤을 때, 한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형이기 때문에 이번 증시 파동에서 타격을 크게 입었다”며, “올 8월은 한국에게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했다”고 보도했다.
◆ ‘수출국’ 이라서 외국인 투자심리 냉각
1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8% 급등한 1879.87에 마감했지만, 8월 들어 잃은 주가는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코스피지수는 8월 들어 최저점을 찍은 9일까지 17% 하락한 다음 상승 반전했지만, 여전히 월초대비 15%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뉴욕, 유럽 증시와 다른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졌던 이유는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형이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올 상반기에 3.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증시 파동 때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WSJ는 “세계 경제의 소비력이 불확실해지면,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량 감소로 한국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바로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HSBC의 프레더릭 뉴먼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성장이나 수출, 무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생기자마자 한국 증시에선 매도세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경제 성장률이 안정적이고 내수도 견조한 편이라고 투자자 설득에 나섰지만,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WSJ는 설명했다.
◆ 2008년 9월처럼…자본 통제책 한계 있어
WSJ는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를 촉발했을 때와 올 8월 초의 상황이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원화도 약세를 보였고,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2008년 당시엔 금융위기 충격이 있고 정책 당국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 통제에 나섰다. 이번에도 자본 통제책이 전반적으로 효력을 발휘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고 WSJ는 평가했다.
WSJ는 “정책 당국은 자본 통제책이 원화 환율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글로벌 신용마비에 대한 은행들의 위험 노출도를 줄였다고 평가한다”며 “IMF(국제통화기금)도 한국의 자본 통제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WSJ는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를 순매수했다”며 “2008년 위기 때와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한국 정부가 취했던 자본통제 방법은 대내외적으로 한국 자금 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였던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효과적인 수단은 없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의 간부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3개월간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를 내놨지만, 주가의 급락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은 없었다. 전문가들도 공매도 규제 자체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도 “증시에서 자금 유출입을 통제할 효과적인 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한 방안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주가 하락을 방어할 방법은 없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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